고맙습니다 =
올리버 색스 지음 ; 김명남 옮김알마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8-28
페이지수 : 62
상태 : 승인
*제목: 삶이 스러질 때
<고맙습니다>(원제:Gratitude)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가 간암으로 시한부를 받고 기술한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는 말의 옥석들을 골라 마지막 맺힌 생명의 방울들을 쏟아낸다. 문장과 이야기의 길이는 짧지만 마지막 숨을 내뱉는 사람이 주는 강한 울림은 계속 내 잔잔한 삶의 궤도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킨다. 그의 글들은 내가 좋아하는 김명남 번역가의 번역이라 더욱 좋았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내 삶을 마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일종의 풍경처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삶의 모든 부분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더욱 절실히 받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내 삶에는 더 볼일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p.27)
우리가 다 사라지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는 없을 것이다. 하기야 어떤 사람이라도 그와 같은 사람은 둘이 없는 법이다. 죽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유전적, 신경학적- 운명이기 때문이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p.29)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아쉬움을, 무엇보다 감사를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있다.(p.60) - 번역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