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사회 : 어른들은 절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
이세이 지음포레스트북스
( 출판일 : 2024-06-12 )
작성자 :
조○행
작성일 : 2024-08-28
페이지수 : 296
상태 : 승인
저자가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일하며 아이들과 투닥인 일상, 그리고 아이들과 교사가 주체인 학교생활에 선을 넘어 들어오려는 학부모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견해가 담겨있는 책.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은 '어린이를 사랑하겠다는 굴침스러운 노력을 내려놓았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교사는 사명감 없이 선택해선 안 되는 직업'이라고 믿었던 저자는 이제는 '교사에게 사명감을 요구하는 세상에 즉시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이 직업을 유지하고, 어쩌다가 자꾸 사랑한다.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이들 때문이다.'라고 고백한다.
교실 속 아이들은 참 귀엽고, 때론 특이하며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저자가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해 표현한 것처럼 '특이한 인간 광물 표본 200개'는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대단하거나 어이없는 인간들이 넘쳐나지만 학교에는 그들의 원석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좀 더 가치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저자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듯하다.
하지만 교사를 천직으로 알았던 저자의 열정을 소멸시켜버린 것인 아이들 자체보다도 자꾸 선을 넘는 학부모였던 듯하다. 저자가 2페이지를 가득 할애해 직접 예를 든 학부모 민원 사례들은 모두 교사의 인권이 화두가 된 2023년 여름 이후에 제기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학교더러 모든 걸 해내라고 요구하지만 학교를 한 치도 믿지 않는다'며 무력감에 빠질 만하다고 동감했다.
저자는 책 말미에 <학교에 민원 전화를 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이라는 소제목으로 직접 민원 적합 여부 판단 기준을 세세히 제시한다. 저자가 이렇게까지 적도록 만든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아울러 반성했다. 남들과 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행동하는 아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여태까지 내가 연초마다 썼던 편지, 어린이집 때 매일 상세히 썼던 알림장도 선생님들에게는 우리 아이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달라는 업무부담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모든 부모가 나와 같은 민원을 넣으면 감당이 될 것인가?' 유념하고 앞으로 더 신중해야겠다.
비록 척박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학창시절 만나는 교사는 한 사람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늘 생각한다. 저자의 '몇몇 인간의 가장 여린 부분에 가장 또렷한 자국을 남길 거라는 믿음', 계속 유지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