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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산책 = Home and walk

손현경 지음비밀신서 ( 출판일 : 2021-06-16 )
작성자 : 최○숙 작성일 : 2024-08-26
페이지수 : 267 상태 : 승인
독서마라톤을 마무리하는 책으로 고른 것이 우연찮게도 이 책이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잘 할 수는 없어서 지난 4 달 동안 독서마라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주부로서 집과 살림에는 좀 소홀했다. 여름에 조금 더 취약한 체질이어서 여름엔 집안일을 반쯤 접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예전에 도서관 서가에서 나중에 읽으려고 책등을 사진으로 찍어 놓았던 책이다. 막상 책을 꺼내 책장을 후루룩 넘겨보는데 사진이 많다. 글자만 빼곡한 두툼한 책들을 읽고 난 직후라 갑자기 이 책을 읽느다는 건 농땡이를 치는 거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괜찮다. 열심히 달렸지 않은가.
자기소개에 "15년째 집으로 출근하며 살림을 돌보는 것이 천직임을 느끼고 있다"라는 문장에서 주부도 어엿한 직업임을 내세우고 있어 참신했다. 지금은 별로 그런 말을 쓰지 않지만 70년대쯤에도 전업주부를 '솥뚜껑 운전수'라고 결혼한 여성을 돌려 이야기하는 일이 있었다. 전업주부를 폄하하는 우스개소리이기도 했다. 이에 저자는 "워킹맘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제가 쓸모 있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자신에게 부여하며 자잘한 집안일이라도 충실하게 하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주부로서의 직업은 "못하는 게 없고" "버릴 게 없는" 살림 선배인 엄마로부터 불려받은 게 틀림없다고 여겨진다. 저자가 받은 축복일 것이다.
1부 나의 집 이야기, 2부 산책 이야기, 3부 살림 이야기, 4부 기억하고 싶은 집까지 잘 찍은 사진을 곁들여 단정한 문체로 풀어놓는 이야기에 작은 행복을 하늘하늘 떨어지는 봄 벚꽃잎을 줍듯하며 읽었다.
서울로 여행을 가고 싶다. 혜화동과 성북동 골목 산책을 하고 싶다.
그 전에 그 동안 좀 소홀히 했던 내 집 살림과 식물과 동네 산책에 먼저 충실하자.
내일부터 다시 집으로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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