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 김명남 옮김문학동네
( 출판일 : 2013-01-01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4-08-22
페이지수 : 331
상태 : 승인
옮긴이의 말대로 이 책을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하나. 자전적 에세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러티브로 삼아 죽음과 삶에 관한 여러 통찰들을 정리한 보고서? 저자의 인터뷰를 인용해 옮긴이는 이 책을 파괴적 논픽션이라고 했다. 죽음과 육체의 덧없음이라는 파괴적을 주제를 파괴적으로 들쑤셔본 파괴적 논픽션.
삶을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죽음으로 나누어 각 시기의 신체의 특성, 남녀의 차이 등을 과학적 인용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50대에 접어든 저자의 어린 시절의 체험과 90대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곁들여 지루할 틈이 없다. 수많은 문학적 인용들도 현란하다. 다 읽고 나면 우선 '나'를 이해하게 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이해가 되고 미래의 나 또한 눈에 보인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 감각기관은 느려지고, 여기저기 고장나는 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미래의 나를 이해하는건 노화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동물은 성적으로 성숙한 뒤에는 신체적 기능이 저하하는데 사람은 25세부터 이런 쇠약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번식이 끝난 몸은 쓸모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자연의 눈으로 볼 때 이 시기를 지난 동물은 잉여의 시간을 살 고 있을 뿐이다. 죽음에 대한 인용은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기원전 44년에 키게로는 말했다. '아무리 늙은 사람이라도 1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고는 기원전 43년에 죽었다.
- 임종의 자리에서 미국의 작가 윌리엄 사로얀은 말했다. '누구나 죽어야 하지만 나는 늘 나만은 예외일 거라고 믿었다. '
- 에드워드 영은 '누구나 사람의 생명이 유한한 것을 알지만 누구나 자신을 빼놓고 생각한다'라고 썼다.
- 인도의 고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이런 문답이 있다. '세상의 하고많은 놀랄 일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이냐? 사람이 주변에서 남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은 죽지 않으리라고 믿는 것이다.' (249쪽)
또 나이가 아주 많이 들었을 때 일어나는 변화들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비교적 건강한 지금은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신체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고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일레인 스캐리는 <고통 속의 몸>에서 이렇게 말했다. '몸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점차 관심의 대상이 되어 다른 대상들의 자리를 삼켜버린다. 아주아주 나이들고 병든 사람의 세상은 자기 몸에서 반경 60센티미터 안의 원으로 좁혀진다. 무엇을 먹었고, 배출에 어떤 문제가 있고, 통증의 진행 정도는 어떻고, 의자나 침대가 편하네 편하지 않네 하는 내용이 생각과 말의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 바로 그런 현상이 아버지에게 갑자기 일어나고 있다 (281쪽)
마지막에 저자와 아버지가 함께 사막에서 경주를 하는 꿈은 이 책의 주제를 명확히 말해준다.
-아버지가 이겼다. 또 아버지가 이겼다. 언제나 아버지가 이긴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버지도 진다. 우리 모두 언젠가 진다.(327)
인생의 의미는 인생에 있다. 그 뿐이다.
아버지와 나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논픽션이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과학적 인용과 문학적 인용으로 낯선 외국인들의 이름이 넘쳐서 살짝 멀미가 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