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과학 탐사기
민태기 지음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3-08-15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8-22
페이지수 : 316
상태 : 승인
이전에 읽은 책이 일제 강점기 시대에 조선 땅을 찾은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의 그림을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책의 설명 속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인 일제 강점기 시대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그림 속에 비춰진 우리 조상들의 모습은 그저 담담해 보였다. 의연해 보이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받아들이는 듯 도 했다.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면 그림을 통해선 당시의 조선 사람들이 식민 지배를 받았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평온해 보이기도 했다. 그림이니까 그랬을 수도 있고 외국 사람이 우리 모습을 그린다고 하니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싫어 그랬을 수도 있다. 여하튼 상당히 신선한 관점으로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인 일제 강점기를 엿 봤다.
이번엔 과학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지난 책에선 그림 그러니까 미술의 눈으로 우리의 모습을 봤다면 이번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열렬한 독립 운동가들의 삶 밖에는 몰랐던 당시의 우리 조상들이 과학을 접하는 과정과 그 과학을 또한 독립으로 어떻게 연결시키려 했는지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당시 우리 조상들도 정말 아인슈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일본에 강연을 하러 왔을 때 조선 땅에서도 강연을 해 주십사 하고 발 빠르게 일본으로 건너가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사실 너무 놀라웠다.
예전엔 아인슈타인이라고 하는 근현대 최고의 물리학자가 활동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저렇게 고차원적인 과학을 연구하고 기술 발전을 했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만 담았는데 그 아인슈타인이 일제에 의해 식민 지배를 받던 우리나라에도 어쩌면 올 수 있었다니... 그것도 강연을 하러! 물론 무산되긴 했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작년인가 재작년에 여러 영화를 통해 양자역학이 한 때 유행을 했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에 양자역학에 대해 이리저리 찾아 보곤 했는데 그 양자역학도 우리나라가 식민 지배를 당하던 시절부터 연구가 됐다. 사실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은 우리 역사의 암흑기라는 생각이 굳어져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그게 뭐든 뭘 할 수 있었겠어 그냥 독립 운동이 전부지 하는 생각이 이미 머리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양자역학을 당시의 우리 나라와 전혀 연결해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 양자역학을 연구한 슈뢰딩거의 이야기가 당시 식민 지배를 받던 우리 조선에서도 기사 화 되고 더 나아가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는 연재 형식의 칼럼 등도 쓰였다는 거다.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이 직접 관련 강연을 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이 올 수도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아인슈타인이야 그야말로 당시 물리학 계의 초특급 스타이며 거물이니 그 아우라가 식민 지배를 받던 조선에도 미칠 수 있었겠구나 싶었는데 양자역학까지 실시간으로 신문에 기사를 내고 관련 칼럼까지 연재를 하다니... 정말 너무 놀라웠다.
동시에 약간의 씁쓸함도 들었다. 많은 지식인들이 학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여러 학교를 다니면서 학위도 받고 졸업도 하고 이어 일본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연구도 하고 강연도 하는 모습 속에서 저러다 친일을 하기도 했겠구나 싶은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불어 지금도 존재하는 학교, 기관 그리고 회사가 어떠한 연유로 생기게 됐는지도 알게 됐고 당시에 여러 활동을 한 사람들 중에서 최근까지 생존하다 돌아 가신 분들도 있어 나는 겪어 보지도 못한 저기 저 멀리 옛날의 일이라 생각했던 일제 강점기 시대가 아직 100년도 안 된 시절의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제목에도 썼지만 이 책을 읽고 난 가장 큰 성과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독립 운동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암울한 시대에도 우리 조상들은 삶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