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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미오기傳

김미옥 지음이유출판 ( 출판일 : 2024-05-14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4-08-20
페이지수 : 280 상태 : 승인
김미옥의 포스팅을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접하고 그녀의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읽게 되었다. 새로운 책 <미오기전>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해서 상호대차 신청을 해서 읽게 되었다 (도서관 만세!) . 일년에 800권의 책을 읽어내는 독서력이 바탕이 된 필력이 독자를 쫙쫙 끌어들인다. 서평인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재미로 치자면 <미오기전>이 압승이다. 그녀의 할머니들과 어머니, 아버지, 오빠들의 이야기는 소설 못지 않은 긴박감과 재미로 독자를 몰아붙인다. 어머니가 오빠들의 공부 밑천으로 삼으려고 과자공장에 보냈을 때의 에피소드는 어린 미옥이의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미오기전>은 슬프고 마음 아픈프기만 한 책은 또 아니다. 책으로 인생을 헤쳐나간 사람의 이야기에서 이렇게 힘이 느껴지다니, 읽는 내내 신기했다. 슬픈데 슬프지만 않고 해학과 웃음이 있는 , 그래서 시원한 이야기들이다.

:서글픈 기억이 다시는 내 인생을 흔들지 않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쓰다 보니 웃게 되었고 웃다 보니 유쾌해졌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운은 어쩔 수 없어도 성격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나쁜 기억은 끝끝내 살아남는 무서운 생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 (프롤로그)

슬픈 이야기에 웃을 수 있었던 이유가 다시 보니 프롤로그에 있었다.

작가는 강한 생활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두 할머니의 유전자의 영향력이 아닐까 싶다. 고난의 시대를 살아낸 그녀의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재밌고 강하게 살아내지 않으면 자식을 키울 수 없었던 당시의 어머니들을 떠오르게 했다.

:삶의 형태가 비슷한 두 여자가 서로를 증오했다.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해서 자식을 키운 것이 아니었다. 혼자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강해진 것이었다 (31쪽)

두 할머니들처럼 이재에 밝고 영리한 작가가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이야기도 재밌다.

:집에 가고 싶을 때면 술잔을 빨리빨리 돌렸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하는 인간이 술잔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려 치면 손가락으로 턱을 획 돌려 강제로 술을 먹였다(82쪽)

재클린 뒤프레가 그녀가 사랑한 다니엘 바렌보임과 이츠하크 펄만, 핀커스 주커만과 함게 풋풋한 젊은 시절 연주한 동영상을 떠올리며 쓴 글도 인상적이다. 바렌보임은 병든 그녀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찾아가고 그녀는 홀로 병석에서 지내다 고독사했다. 작가는 "하지만 그들이 왁자하게 웃으며 연주했던 젊은 날의 음악은 내 어린 날의 라디오 노래처럼 우주로 날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한한 삶에서 개인이 죽고 나도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우주로 날아가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말만으로도 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들이 겪는 감정과 느낌, 소리들이 우주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윌로우 팬턴 접시에 담긴 전설'의 에피소드에서 들려준 이야기도 좋았다.

:누구에게나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부자인 아버지는 신분 상승 욕구를 참을 수 없었고, 딸은 사랑을 참을 수 없었고 하인은 글을 참을 수 없었다(259)

너에게는 그게 참을 수 없는 부분이었구나 하는 이해는 원망과 원한을 쌓지 않을 것 같다.

곰국처럼 푹 우러난 활자중독자의 책이 여름을 오히려 시원하게 해줬다.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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