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장편소설
이슬아 지음이야기장수
( 출판일 : 2022-10-07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4-08-17
페이지수 : 316
상태 : 승인
가녀장의 시대는 이슬아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젊은 여성 작가로 주목을 받아온 작가의 첫 장편이라 기대가 컸다.
이슬아, 웅이, 복희 등 주인공의 이름을 실제 가족관계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작가의 기존에 출판된 책들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들이 많아 소설을 읽는 재미는 적었다. 그동안 책으로 써왔던 얘기들을 소설이라는 틀 안에 모두 모아놓은 것 같다.
갈등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 없는 것도 좀 아쉬웠다. 그러나 잔잔하고 편안하게 읽혀서 읽는 내내 부담은 없다.
가부장은 아버지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가녀장은 딸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높은 사람이다. 이슬아는 출판사의 사장이다. 아버지인 웅이와 어머니 복희를 직원으로 고용한다. 출판사는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기도 하다. 사장인 이슬아는 웅이와 복희에게 역할을 분담시키고 체크한다. 직원들의 복지도 챙긴다.일 이외의 일상생활에서의 이슬아와 웅이와 복희의 이야기가 웃음 짓게도 하고 그랬겠구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수직적인 가족관계에 익숙해있는 기존의 입장에서 보면 좀 어색하고 불편하다. 아버지에게 명령하고, 다소곳이 따르는 아버지.그런데 아버지가 가장일 때는 이상하지 않았던 것들이 딸이 그 역할을 하니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 많은 사람, 남자가 할 때는 당연하던 것들이 나이 적은 사람, 여자가 하니 어색하고 건방지다고 느껴지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의 묘미이다. 바꾸어보기, 그래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가녀장으로) 단어를 바꾸고 역할을 바꾸니 가부장제도가 얼마나 억압적인 제도인지가 선명해진다.
중간에 슬아의 책을 읽는 존자의 느낌을 적은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 한 고생이 끝나면 다음 고생이 있는 생이었다. 어떻게 자라야겠다고 다짐할 새도 없이 자라버리는 시간이었다. 고단한 생로병사 속에서
태어나고 만난 당신들, 말로 다 할 수 없는 생명력이 그들에게서 엄마를 거쳐 나에게로 흘러왔다. 알 수 없는 이 흐름을 나는 그저
사랑의 무한반복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들이 나의 수호신 들중의 하나였음을 알겠다. 기쁨 곁에 따르는 공포와 절망 옆에 깃드는 희망
사이에서 계속되는 사랑을 존자씨와 병찬씨를 통해서 본다. 자신에 관한 긴 글을 듣자 오랜 서러움이 조금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슬아의 해설과 함께 어떤 시간이 보기좋게 떠나갔다.
웅이와 복희 모두 매력적이지만 복희는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데다 자신이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남이 훼손할 수 없는 기쁨과 자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복희는 알고 있다.
작가의 마지막 말은 시대를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들의 시대를 지나, 권위를 쥐어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랐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딸들은, 아들들은 새 시대에서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