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고려사 . 5 : 개혁의 실패와 망국으로의 길
박시백 지음휴머니스트
( 출판일 : 2024-03-25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8-16
페이지수 : 271
상태 : 승인
내가 만약 망국의 길로 접어 들고 있던 고려의 신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한참 시간이 흘러 이 땅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즐겁게 관전하듯이 읽을 수 있었다. 고려가 망했지만 이어서 역시 같은 우리 민족이 조선을 세웠으니 후손인 내 입장에선 뭐 망할 만 하니까 망한 거고 외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것도 아니고 같은 민족에 의해 간판만 바꿔 달은 격이니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겠지 생각할 수 있었다.
단군 할아버지가 이 땅에 터 잡으시고 여러 나라가 일어났다가 망하기를 반복했지만 이 땅의 주인이 우리 민족이 아니었던 적은 없으니 당시의 사람들 특히 지배층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겠지만 지나고 난 이 시점에선 결국 다 같은 민족이 이뤄낸 하나의 역사로 볼 수 있어 한편으론 재미있기도 하고 이러면 안 되는 거구나 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어 편안하게(?) 고려가 망해가는 과정을 엿 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거의 같은 시기에 읽기 시작한 조선 실록도 마지막 권을 역시 거의 같은 시기에 마저 읽었다. 조선 사의 마지막은 다들 알고 있듯이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는 이야기로 연결이 돼 참 가슴이 아팠지만 500년이 조금 안 된 고려라는 우리의 역사가 막을 내리고 다시 우리의 역사인 조선이 새롭게 문을 여는 과정은 스펙터클한 영화 같기도 했다.
원에 대항하기 시작한 개혁군주라고 할 수 있는 공민왕부터 정몽주, 정도전, 이방원, 최영 그리고 이성계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소위 '네임드' 조상님들의 이야기라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내가 당시의 지배층이었다면 과연 망국의 길로 접어 들고 있던 고려를 이어가려고 했을지 아니면 싹 다 갈아 엎었을지 궁금해 진다.
문신들이 정치를 잘못해 무신들에 의해 휘둘리고 무신들이 물러나자 원에 간섭을 받았던 고려, 자유분방했다고는 하나 워낙 부침이 많았던 고려, 원이 쇠락하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과연 공민왕이 개혁을 시도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 고려, 더 나아가 백성은 안중에도 없었던 지배층(어느 왕조나 아니 지금도 지배층은 늘 그렇지만...). 이 정도면 사실 갈아 엎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외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는 것도 아니고 백성들 입장에서는 썩어 문드러진 지배층에 의해 각자도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차라리 나랏님들이 바뀌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조선 역시 나중에 가선 고려보다 더한 망국의 모습을 보여 주긴 했지만 백성들 입장에선 개국 초엔 분명히 고려의 마지막보다는 살기가 나아졌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