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장편소설
권오경 지음 ; 김지현 옮김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23-01-09 )
작성자 :
이○혜
작성일 : 2024-08-15
페이지수 : 320
상태 : 승인
책 제목이 영어단어라 무슨 뜻인지 찾아보았다. 인센디어리스는 방화범, 선동하는 자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한구계 미국인 권오경의 작품이다.
실제로 17살 때 종교를 잃고 난 작자의 체험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한다.
세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나 주된 화자는 윌이다. 윌은 신학교에 다니며 중국으로 선교활동을 하러 갈만큼 종교에 깊이 심취했던 인물이다. 그러다 응답이 없는 하느님께 실망해 종교를 버리고 일반 대학교로 옮긴다. 거기서 만난 피비와 연인이 된다. 피비는 아주 어릴 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백인같은 동양인이라는 말을 칭찬으로 들어야할지 애매해하고, 심리 상담은 자기 같은 이민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백인주류 문화에 속하지 못하고, 한국인도 아닌 디아스포라적 인물이다. 윌은 아버지가 사랑하는 연인과 집을 떠나고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를 경제적으로 돌보아야 한다. 피비는 자기가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둘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둘 사이에 존 릴이라는 사이비 종규의 교주가 끼어든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깊었던 피비는 존 닐의 종교에 빠져들고 낙태 수술을 하는 병원을 폭파하는 테러를 저지른다. 종교를 잃은 아픔이 깊은 윌은 종교에 심취해 들어가는 피비를 보는 것이 괴롭다.
하느님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신앙을 버리면 자유로울거라고, 죄책감과 규칙에서 벗어나서 후련할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가 잊을 수 없는 것은 그분을 사랑하면서 느꼈던 기쁨이었다. -당신은 나를 위해 나의 슬픔을 춤으로 바꾸셨나니- 오래된
사라졌던 희망이 되살아났다. 나는 존 릴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들에 고무되었다. 그가 옳기를 바랐던 것이다.
윌은 피비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들었다고 생각하고 피비를 구하기 위해 제자 모임에도 참여한다. 종교를 잃은 체험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사이비 종교인 것이 뻔한데도 존 릴이 말하는 것이 옳기를 바랐을까. 윌의 관점과 서술을 통해 전해지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안개에 쌓인 것 같은 모호함을 준다. 존 릴이 정말 어떤 사람이고 그가 한 말은 진실인지, 피비는 왜 테러 직전 cc티브이의 카메라 화면을 쳐다 본 것인지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에서 윌을 우연히 만난 피비의 친구 줄리언은 피비가 그런 선택을 한 것에는 윌의 폭력적인 사랑이 책임이 크다고 비난한다. 정말 종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 것은 피비를 구하고 싶었던 윌이 한 실수때문일까? 점점 더 모호해진다. 그런데 이런 모호함은 독자에게 여지를 주어 오히려 책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피비는 종교에서도, 사랑에서도 안식을 얻지 못했던게 아닐까. 윌은 피비를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드러난 폭력적인 사랑이 피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갔던건 아닐까. 종교에 대해 , 무종교에 대해, 사랑에 대해, 사랑의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