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
허먼 멜빌 지음 ; 김세미 옮김바다출판사
( 출판일 : 2013-01-01 )
작성자 :
동○영
작성일 : 2024-08-10
페이지수 : 92
상태 : 승인
도서관 토론수업 리스트로 읽은 책 중 하나다.
분량은 적지만 토론 발제문을 써야 해서 계속 뒤적이다 보니 이 책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화자는 소위 욕심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변호사인데 업무가 늘어나자 당시 필수보조인력인 필경사를 한 명 더 고용한다. 그가 바틀비인데 처음에는 말수가 적고 열심히 필경 업무만 하였다. 며칠 후 변호사가 서류 대조작업을 위해 모든 필경사들을 불렀는데, 바틀비만
"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라고 하며 거부한다.
그 뒤로 거부가 계속되자 여러 모로 불편해진 화자는 처음 당하는 이 일을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바틀비는 줄곧 "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바틀비가 자본이 시키는 대로 노동해야 하는데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피상적 핥기를 넘어서면 더 큰 이야기가 다가온다. 선택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기계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한 인간은. 그 순간 펜을 놓아야 할까, 이 일은 마쳐야 할까. 일단 이 일을 마쳐야 할까, 지금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할까. 나는 여기서 멈춘다는 것을 보여줄까, 아무도 보지 않는 어딘가를 찾아서(누구에게도 어떤 영향을 주지 못하는) 내 선택을 발표할까?
점점 바틀비는 자신의 선택으로 단단한 돌이 되어간다. 그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화자는 절대로 바틀비에게 가닿을 수 없다. 최소한의 예의로 바틀비를 끝까지 지켜보지만 몰이해였기 때문에 그의 죽음에 대한 해석도 엉터리였다. 어떻게 사회를 빼고 한 인간을 해석하겠어, 그건 착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