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도서관 독서마라톤

고향의 색이 담긴 작품에는 조금 더 애정이 들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내가 아는 공간이 펼쳐진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간에는 서울과 부산, 관광지들 외에는 잘 언급해주지 않는다. 이게 영상매체면 그러려니하는데 너희들 서울 지리 잘 알지? 하며 불친절하게 공간설명없이 툭 던지면 그만큼 화가 날 수 없다.
그러는중 대놓고 충청도를 내세우며 블랙코미디SF를 언급하는데 모든 요소를 좋아하는 내가 거부할 수 있을리 없다. 익숙한 사투리,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과 제목에서 나오다시피 뱀파이어물이라는 고전같으면서도 SF스러운, 그러나 먼 미래가 아닌 친근한 소재들로 눈길을 사로잡는 내용들이 너무 즐거웠다. 심지어 소설 도중에 나오는 건달이야기는 시골에 있는 중심가라면 한번쯤 비슷한 내용들이 구전되었을법한 내용이라 더 좋았다. 굳이 신경쓰진 않았으나 등장인물들이 대체로 남자들로 이루어진 것은 작가가 남자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를 잘 쓴다고 판단해서인듯하다. 어설프게 사랑이야기 없이 꿋꿋한 줏대를 밀고가서 오히려 얇은분량에 알찬 구성이 나올 수 있었던걸까? 어찌되었건 짧은 책 속에서 대단히 몰입할 수 있던것에 오랜만에 기분좋은 완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