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5, 두 명의 왕비
무적핑크 지음 , 이한 해설이마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8-08
페이지수 : 400
상태 : 승인
기억이 맞으면 드라마 '동이'가 숙종과 장희빈 그리고 인현왕후와 최숙빈의 이야기일 것이다. 찾아 보니 맞다. 숙종을 배우 지진희가 연기했고 동이는 배우 한효주, 인현왕후는 배우 박하선 그리고 장희빈은 배우 이소연이 연기했다. 천한 출신의 동이가 숙빈 최씨가 되는 그야말로 인생 역전의 드라마다.
역시 기억에 의하면 조선 시대 왕가의 악녀 혹은 팜므파탈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두 여인이 있다. 바로 장녹수와 장희빈이다.(성이 같은 부분이 신기하다면 신기한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동이의 요즘 표현을 빌자면 '빌런'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장희빈이었다.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악녀였다.
그런 악녀에 의해 숙종은 휘둘리고 현모양처이며 조강지처인 인현왕후는 농락 당한다. 그런 숙종과 인현왕후를 동이가 중간에 도와 가며 악당인 장희빈을 물리치는 그런 이야기라고 대충 후려칠 수도 있는 드라마다. 책을 읽으면서 10년도 더 전의 드라마 속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이건 뭐 장희빈만 나쁜 X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어찌 보면 희빈 장씨는 그저 본인의 삶을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타고나기를 실록에도 기록될 정도로 예쁘게 태어나 숙종이 반해서 조강지처인 중전을 내팽개친 걸 어찌 장희빈만의 탓이라 할 수 있는가? 자기 좋다고 눈이 돌아 조강지처를 버리는 남자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과연 말을 들었을까? 정신을 차리고 인현왕후를 챙겼을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예쁜 장희빈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중인의 신분으로 중전의 자리까지 올랐는데(신분 제도가 명확한 조선 시대에서 중인이 다른 사람도 아닌 중전이 됐다는 점 만으로도 숙종이 얼마나 눈이 돌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임금의 마음에서 멀어진 중전은 아이를 낳지도 못하는데 본인이 낳은 아이를 세자로 만들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느냐 말이다. 그 시점까지 장희빈은 누굴 해한 것도 아니고 죽이지도 않았다. 그저 집안의 재력과 타고난 미모를 활용했을 뿐이다.
그러다 조정의 권력 상황이 본인에게 안 좋게 돌아가는 거 같으니 그렇게 죽지 못해 사랑했던 장희빈을 손바닥 뒤집듯이 내친 게 또 숙종이다. 숙종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과정 속에서 인현왕후가 피해를 봤고 욕심이 많았던 점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일정 부분 장희빈도 피해를 봤다.
그런 시류 속에 역시 자신의 앞날을 위해 적당히 줄을 잘 탄 게 바로 숙빈 최씨다. 실제로 장희빈이 그랬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장희빈에게 불리한 그리고 인현왕후에게 유리한 다시 말해 이미 장희빈을 버리기로 마음먹은 숙종의 귀에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며 그 누구를 위함이 아닌 스스로의 안위를 위한 숙빈 최씨가 희빈 장씨아게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을 뿐이다.
드라마를 놓고 보면 숙종은 원래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의도치 않게 장희빈에게 휘둘린 이미지, 인현왕후는 세상 착한 중전인데 악녀인 장희빈에게 농락당한 이미지 그리고 동이는 세상 긍정적인 사람으로 이 모든 난관을 숙종 그리고 인현왕후와 손 잡고 헤쳐 나간 것처럼 묘사됐지만 실제로는 숙종이 제일 나쁜 노...ㅁ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