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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지음 ; 한은미 옮김소담 ( 출판일 : 2003-01-01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8-07
페이지수 : 228 상태 : 승인
*제목: 시대의 도련님들

<도련님>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도련님>의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다. 도쿄에서 나고 자란 '도련님'인 화자 '나'의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좌충우돌 스토리이다.

타고난 악동 기질 때문에 어릴 적부터 나는 갖은 말썽을 다 부리고 다녔다.(소설의 첫 문장)

개구쟁이 성격으로 태어난 화자는 형, 부모와의 다툼으로 점철된 유년을 보낸다. 그는 비교적 부자인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세가 기울면서 성인이 되어 일자리를 찾게 된다. 도쿄 밖으론 거의 나가본 적 없는 그는 멀고 먼 시골 중학교에 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그리 대담한 인물이 못 될 뿐더러 포기도 잘하는 인간이다. 이 학교에서 붙어 있을 수 없다면 바로 어디든지 가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교장이나 교감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하물며 학생 조무래기 따위에게 환심을 사거나 비위를 맞출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p.54)

화자는 예상대로(?) 학교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 자신을 겨냥해 짓궂은 장난을 치는 학생들, 속과 겉이 다른 소위 꼰대 동료 선생들,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좁은 시골 동네의 숨막힘. 그는 인물들마다 별명을 붙여주며 속으로 비웃는 것으로 감정을 해소한다. 너구리 교장, 빨강셔츠 교감, 알랑 방귀 선생, 끝물 호박 선생, 멧돼지 선생. 그 중 빨강셔츠는 겉과 속이 너무도 다른 것으로 묘사되며 화자를 분노하게 하는 주 인물이다.

퉁퉁 불은 호박 같은 고가 선생이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군자인 것을 보면, 사람이란 절대로 겉모습으로 판단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방심은 금물이다.(...)밉상으로 똘똘 뭉친 빨강셔츠가 넌지시 충고를 해 줘서 의외로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돈나를 꼬드겼다고 하고.(p.135)

화자는 빨강셔츠가 본인이 미더워하는 끝물호박 선생의 정혼녀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끝물호박 선생을 멀리 반강제로 전근시켜 버린 것을 알게된다. 여기서 화자의 선택이 참으로 우화적인데, 멧돼지 선생과 의기투합하여 빨강셔츠와 그 부하(?)인 알랑방귀가 기생집을 드나드는 것을 급습하여 흠씬 두들겨 패준다. 화자는 그 길로 교사 자리는 그만두고 고향으로 되돌아와 철도회사 기수로 취직해 여생을 살아간다.

청소년기에 이 소설을 읽었다면 전래동화쯤의 포지션으로 취급했을 것 같다. 잘했다, 이겼다 도련님 이러면서. 나이 먹어 처음 읽어본 <도련님>이야기는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와 연관지어 연상하게 되었는데, 작가 또한 학교 교사 경험이 있으며 주인공과 유사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살았던 메이지 시대는 근대 서구 문물을 마구 받아들이던 탈근대의 격동기였다. 나는 <도련님>의 주인공이 시대적 고민을 하던 인물의 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대의 새로운 흐름에 저항했지만 그리고 맞서 싸웠지만 결국 기득 하지 못한 패배자로 그려졌다고 봤다. 사실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너구리도 아니고 멧돼지도 아니고 빨강셔츠는 더욱 아닌, '도련님'의 타고난 숙명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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