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호위 : 조해진 소설집
조해진 지음창비
( 출판일 : 2017-02-20 )
작성자 :
한○실
작성일 : 2024-08-06
페이지수 : 268
상태 : 승인
'빛의 호위' 제목이 특이하다. 호위는 '따라다니며 곁에서 보호하고 지킴'이다. 빛이 따라다니며 곁에서 보호하고 지킨다는 의미로 생각하며 환희의 이야기일까 했지만 전체가 어두운 회색에 간간히 빛처럼 반짝이는 띠가 있는 표지를 보며 전혀 반대의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었다.
노해진 작가는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다른 국적의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며 국적과 인종이 다를지라도 공통점이 있음을 얘기한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지구촌 이웃으로 함께 도우며 살아가자는 메세지를 전한다. 이 책도 그랬다.
주인공인 나는 시사잡지사 기자이다. 문학계 신진 인터뷰를 하는 중 젊은 사진작가인 권은을 만난다. 권은과 두 번의 만남 후 만남 이후에 끌림이 있음을 느끼고 권은의 말을 떠올린다. '태엽이 멈추면 멜로디도 끝나고 눈도 그치겠죠' 그리고 '카메라' 퍼즐 조각같은 두말은 과거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만났던 권은과의 추억 속 장면이다. 화장실, 부엌도 없는 어두컴텀한 방에 혼자였던 권은의 삶에 빛은 참 낯설었을 것이다. 적막 속에 멜로디가 있는 스노우볼은 유일한 소리였을테다. 나중에 주인공이 선물한 필름 카메라는 권은에게 희망이 된다. '셔터를 누를 때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빛 무더기가 흘러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마술적인 순간'에 매료되어 권은은 사진작가가 된다. 카메라 속 빛의 호위를 받았던 권은은 지구 반대편 벨리에 유대인었던 알마 마이어 이야기에 끌린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알마 마이어는 유대인 등록령이 떨어지자 남나친구 장 베른의 도움으로 식료품 창고에 숨어지낸다. 한 줄기의 빛도 없는 식료품 창고에서 오랜 시간 숨어 견디는 알마 마이어의 모습은 홀로 어두운 방아에 있었던 중학생 권은의 모습과 같다. 알마 마이어의 유일한 희망은 장 베른이 한달에 한번 보내오는 악보이다. 알마 마이어는 그 악보를 보고 소리 없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소리나지 않게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니 생각만으로도 슬프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홀로코스트는 정말 끔찍했다. 학살당한 유대인의 수도 엄청 났지만 유대인 등록령을 피해 살아 있음에도 소리 없이 숨어지내야했던 유대인들도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것이다.
알마 마이어는 간신히 미국으로 건넌가고 그 때 뱃 속에 장이 아들 노먼 마이어가 있음을 알게된다. 노먼 마이어는 미국에서 의사가 되고 아빠 장 베른의 소식을 사살기관에 의뢰하여 꾸준히 듣는다. 장 베른의 죽음으로 노먼 마이어는 다짐을 한다. 짧지만 강력한 울림을 주는 메세지.
"그가 임생에서 한 가장 위대한 일은 내 삶에서 재현해주자는 다짐이었죠. 쓰레기같은 전쟁에서 죽을 뻔했던 여성을 살린 그 일을 말이에요. 삶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나는 믿어요. 보다시피 나도 이제 늙었어요. 더 늙기 전에, 나는 그가 했던 방식으로 그의 역사를 기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2009년 1월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구호품 트럭을 마련한다. 그런데 구호품 트력은 피격된다. 노먼 마이어는 그 자리에서 죽고 알마 마이어는 생존한다. 함께 타고 잇던 헬게 한센은 [사람, 사람들]이라는 짧은 다큐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쟁의 참혹함. 나라의 지도자들은 이념, 경제 사회 문제이니하며 국민을 선동하여 전쟁을 일으키는데 그 전쟁에서 지도자는 뒤로 빠진다. 그저 하루를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이 전쟁 앞에 서 있게 되머 가족, 이웃을 잃는 좌절과 고통을 받게된다.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는 서로 빛은 주고 받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 어떠 이는 끝을 알지 못하는 어둡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기도 할테고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 혼자 외로움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캄캄한 어둠은 아니더라도 온통 회색빛인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도 많을 것이다. 함께 삶을 살아가는 친구로서 우리는 작게나마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작은 건넴이 그들에게 빛이 되고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노먼 마이어의 말을 한번 더 읊조려본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나는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