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4, 뿔뿔이 흩어진 조선 패밀리
무적핑크 지음 , 이한 해설이마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8-06
페이지수 : 424
상태 : 승인
독서마라톤이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거 같다. 지금까지 여름에 휴가를 가면서 책을 한 두어 권 읽겠다고 챙겨가긴 했으니 한 번 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핑계는 좋다. 노는 것도 일이라고 나름 피곤해서 숙소에 돌아오면 책 읽을 시간에 맥주나 한 잔 더 마시고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가방에 챙겨 간 책은 이렇다 할 페이지 변화 없이 거의 그대로 가져 오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독서마라톤에 참여하고 있는 올해는 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역시나 되겠지 하면서 챙겨 간 책 1권을 다 읽었다. 기억에 의하면 휴가 가서 거의 처음으로 책 1권을 다 읽은 거 같다. 이런 경험 하나 만으로도 이번 독서마라톤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여하튼 그건 그거고 도대체 인조는 왜 반정을 일으켰을까? 광해군이 실정을 해서? 아니면 스스로가 권력을 잡고 싶어서? 아니면 둘 다? 정말 아니면 그냥 주변에서 부추겨서? 나열한 이유가 전부 다 일 것 같기도 하고 전부 아닐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주변에서 부추겨 이렇다 할 목적과 목표 의식 없이 그냥 왕이 된 거 같다. 왕이라는 자리가 그냥 되고 싶다고 되는 건 절대 아닌데 이게 또 웃긴 게 시대가 상황이 등을 가열차게 떠 미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인조가 그런 경우라고 난 생각한다.
명청 교체 시기에 광해군이 정말 실리적인 외교를 한 건지는 조금 더 다각도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만 대충 눙치고 이야기해 보자면 그 중간에서 적당히 어물정거린 건 사실인 거 같다. 그런데 결과론 적으로 그런 어물정거림을 조선이 광해군이 지속했다면 어쩌면 명이 망하고 청이 대륙을 지배했을 때 적당히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말이 조금 이상한데 최소한 인조처럼 일국의 왕이 격하게 표현해서 땅에 대가리를 박고 항복을 하진 않았을 거 같다.
웃기도 않은 게 분명한 명청 교체 시기에 명을 버리고 청과 가까이 지낸다고 광해군을 되지도 않는 이유로 처 내더니 자기는 결국 명나라가 망하는 걸 보면서 청나라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보통 꿇은 게 아닌 아마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스런 방법으로 대가리를 박고 무릎을 꿇었다. 이럴 거였으면 도대체 왜! 왜! 왜! 광해군을 처 냈단 말인가? 광해군보다 더한 저 자세로 나라를 팔아 먹기 일보 직전 까지 몰아 간 인조는 입이 열 개라도 정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없어야 한다!
더해서 인질로 잡혀 9년이란 시간 동안 오매불망 고국과 왕인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버틴 소현세자에겐 또 왜 그리 박하게 굴었는지... 인조가 자기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정말 독살했는지 아니지는 모르겠지만 소현세자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죽음으로 몰아 넣은 건 분명하다. 이 지점 역시 웃기지도 않은 게 광해군을 처 낼 때 들먹인 것 중에 하나가 폐모살제였다. 어미를 폐하고 형제를 죽였다는 건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잔인하지만 왕가에서 흔한 일 아닌가? 그런 자기는 아들을 죽이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했는데 그래 죽어서 광해군을 무슨 낯으로 봤을지 궁금할 뿐이다.
명청 교체 시기에 정말 실리적인 외교를 한 건지 어떤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적당히 애매하게(요즘도 외교 기술(?) 중에 전략적 모호함이라는 게 있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태도로 발을 걸쳐 놨더라면 명이 망하고 청이 대륙을 지배했을 때 최소한 대가리를 박는 굴욕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유럽의 발전한 문물을 청을 통해 받아 들여 일본보다 더 빨리 문호를 개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만약이지만 가정이지만 우리가 과연 일본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했을까?
죽은 자식 뭐 만지는 격이지만 생각해 볼 가치는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