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 시가 된 노래들(1961-2012)
밥 딜런 지음 ; 서대경 , 황유원 [공]옮김문학동네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4-08-04
페이지수 : 1568
상태 : 승인
비틀즈 책인 줄 알고 집었으나 잘못 집었다. 그러나 손에 든 묵직한 무게감을 느낀 김에 읽어 보았다.
문학동네 사장이나 실권자가 밥 딜런에 대한 팬심으로 쓴 책일까?* 나 역시도 사실 아직 그의 노래를 각잡고 들어본 적은 없다.
라디오에서, 어르신들 모시면서, 혹은 티비 채널 돌리면서 언젠가는 귓가를 스쳐지나갔으리라고는 생각되지만.
게다가 나는 가사가 없는 절대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가사가 있어도 가수의 음색만 쓰읍 빨고 버리는 음악 청취자로서는 별로 도움 안 될 가수가 내가 팬이라고 달라붙는다면 뺨따구를 맞을 지도 모를 그런 감상취향을 갖고 있는 편이다. 하여 나와는 상극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그의 모든 앨범 노래 가사 영문 한 페이지, 그 옆에는 우리나라 시인 서대경 황유원이 각자 파트를 나눠서 가사를 번역한 것이 한 페이지씩 있었다. 책의 페이지 수를 절반 나누면 대략 평생 쓴 곡 견적이 나온다. 러프하게 계산해도 700여곡이 넘는다니(한 곡에 4페이지 잡은 페이지들이 있다.) 정말 다작을 한 가수가 아닐 수 없다.
역자들이 번역에 임한 자세도 판이하다. 한사람은 밥딜런 누구 듣도보도 못한 이러면서 번역을 시작했는데, 음악 안듣고 번역한 자신의 자세가 옳았다고 미국 시문학의 조류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한 그의 경지를 문학으로서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며 의기양양하고 계셨고(서대경) 다른 한 분은 패션피플에게 옷 빨가벗겨놓고 자 어디 멋 부려 보세요 하는 것처럼 노래 가사를 음악 없이 번역한다는 것에서 어떤 맛이 살 수 있겟는가 하는 부정적인 의견은 가지고 있었으나, 한국인의 영어듣기평가능력이 일천한 관계로 밥 딜런의 인기가 비틀즈만큼은 안되었다는 점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부분에서 어느정도 보조장치로서의 기여는 할 것이라고 부분적인 기능적 효용을 평가한 역자도 있었다.(황유원)
내 의견은 물론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노래도 한 번 안 들어본 역자에게 번역을 맡기다니 비싼 책에 구멍이 생기는 것 아닐까? 최소한 번역을 마쳐보고 자기가 번역한 노래를 한번쯤은 듣고 이대로 출판해도 될런지 재가를 받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뒷쪽을 들춰보니 밥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우리나라 시인 소설가 수필가들은 아직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을 가수의 노랫말이 문학적이라서 심사를 했다니.. 이쯤되면 노벨상도 한국문학이 번역이 어려워서 어쩌구 하는 핑계 이런거 다 필요없고 유럽 친구들 끼리끼리 잔치하는 거에 어떻게 한번 출사표 좀 비벼서 내보려고 우리만 안달복달 하고 있는건가?....라고 하기엔 일본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등 이미 3명의 수상자가 있지 않은가. 한국어나 일본어나 어순도 비슷한데 번역의 문제로 평가받기 어렵다고만 하기엔 그냥 글쓰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핑계가 길다고 하면...문알못 소리 들으려나.
편집에 있어서는 영어 원문 가사 줄 간격을 한국어 번역이랑 좀 어느정도 비슷하게라도 맞춰놔서 이 문장에 해당하는 원어 가사가 어디쯤인지 쉽게 쉽게 볼 수 있도록 편집했으면 더 평가를 좋게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영시는 줄간격 촘촘하고 번역문은 듬성듬성해서 한국어 가사가 2장 넘는데 영어쪽은 한 페이지가 통으로 텅 비어있는 경우가 꽤 있어서 아쉬웠다. 어차피 낭비될 종이 아닌가. 뭐라도 채워넣길 바란다.(1014-1015페이지가 특히 그렇다 안보면 좋았을 걸.)
아무튼 집에가서 유튜브로 밥딜런 노래 좀 들어 봐야 되겠다. 의외로 영어 공부할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책을 하나 알게 되었다.
*책 출간연도와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선정 연도로 미루어 볼 때, 밥딜런의 수상소식이 뉴스를 탄 이후 노벨문학상에 해당하는 저서가 없다보니 부랴부랴 노랫말 판권 사다가 편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뭔가 비슷한 성격의 책이 없는 거보면 문학동네만 출간에 관련된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사람들이 노벨문학상 수상작 떴다고 책 많이 구해다 읽고 그러는지 궁금해진다. 장사가 잘 되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