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의 나날들 = :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안드레스 솔라노 지음 ; 이수정 옮김시공사
( 출판일 : 2020-09-30 )
작성자 :
동○영
작성일 : 2024-08-01
페이지수 : 183
상태 : 승인
궈징의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이후 오랫만에 covid19 창궐 시절에 쓴 개인의 일기를 읽었다. 궈징은 우한으로 이사간지 얼마되지 않아 도시 전체가 출입통제되면서 외출과 일반생활이 어려운 시기를 기록했었다.
안드레스 솔라노의 <열병의 나날들>은 한국에 살면서 겪은 초기 바이러스 통제 상태를 일기로 담아냈다.
두 책이 페미니스트, 이주민, 외국인 등의 소수자 시선으로 각 지역과 국가가 통제하는 것을 기록하다 보니 오히려 생생하게 느껴졌다. 같은 이야기인데도 방향을 살짝 돌린 셈이라 몰랐던 길을 발견한 것이다.
지하철 내에서 외국인으로 '눈에 띄어' 보이지 않는 힐난을 받기도 하고, 한 외국인의 입국 후 그의 동선이 겹친 사람들의 확진이 이어지자 그의 동선을 확인하며 욕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기도 한다. 또 지극히 동선이랄 게 없는 일부 확진자의 구역을 보며 타인의 삶을 상상한다. 얼마나 익숙하게 느껴졌던지 대부분이 나도 해봤던 것이다.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이성을 마비시켰던 것들. 정상입니다- 를 크게 알려주는 알림소리에 얼마나 기세등등했었던가. 얼마나 대단한 것도 아니었던가.
지난 날을 잊지 않고 보고, 읽고 또 이야기나누는 것은 중요하다.
눈을 떴는데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침 커피를 들자마자 그게 뭔지 생각났다. 현관에 있는 서랍에서 공과금 우편물들과 섞여 있는 건강보험증을 찾아보았다. 주민등록번호로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으니 증서 자체가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기 시작했다. 24쪽
우리는 국경을 폐쇄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동시에 신천지 시설이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서울에서는 도심 내 집회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거리에 대중이 밀집하지 않도록. 집회가 마치 국민 스포츠와 같은 나라 임을 생각해본다면 여간 중대하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 53쪽
집에 오는 길, 부랑자와 함께 길을 건너게 되었다. 웃고 있는 사람을 본 게 참 오랜만이다 했별이 그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시대가 도래하였구나. 라고 생각한다. 한밤의 거리뿐만이 아니라 대낮의 거리까지 이제 모조리 부랑자의 것이다. 추위와 더위 속에서 지낸 몇 달의 야외 생활과, 쓰레기통에서 건져낸 음식들, 바람에 스치며 치유된 상처들 덕분에 튼튼해진 그의 면역 시스템은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120쪽
자칭 오피니언 리더들이 고객들을 잃지 않기 위해 슬슬 의견 기계를 작동시킬 때가 왔다. 입을 열기들 전에, 예전에 도 여러 번 인용되었을 법한 발터 베냐민과 그의 말을 상기 해봐야 할 것이다.
의견이란 사회적 삶을 위한 거대한 도구로, 기계를 위해 기름이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어느 누구도 터빈에 올라가 그 위에서 기름을 쏟아부어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숨겨진 축과 이음새를 알아내어 조금씩 기름칠 을 할 뿐이다. 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