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지음 ; 서상복 옮김을유문화사
( 출판일 : 2020-12-30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4-07-31
페이지수 : 1308
상태 : 승인
버드런트 러셀의 고명함은 어릴적부터 자주 들어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거부감 느껴지고 어려운 사람이다 하고 그사람의 저서 한번 펴 볼 생각을 안했는데, 재개관했다 하여 처음 놀러온 내수 도서관에서 각잡고 몇 시간 동안 펴 보게 되었다. 책에는 단숨에 읽는 책이 있고, 그때그때 필요할 때 꺼내보는 책이 있으며, 읽는게 아니라 이런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던 것 같다 하는 기억에 일단 담아두기 위해 보아두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두번째와 세번째에 걸쳐 있는 듯 하다. 살아 계시다면 유튜버 해보시라 하면 나름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구석이 있었다. 적어도 강신주보다는 구독자 나올 듯.
고루한 철학사 얘기를 다루다보니 두께만큼 재미없으리라 선입견을 갖고 펼쳤는데, 의외로 저자 고유의 식견으로 철학의 고대부터 근현대 철학 전반을 참치 회썰듯이 다루듯 하니 학계에서는 어그로가 많이 끌렸을 듯 하고, 일반 대중에게는 나름 칭송받을 수 있는 저작이 아닌가 싶다.
사실 자격증만 없다 뿐이지 이런책들은 일년정도 두고두고 읽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럴 만큼 철학에 대한 흥미가 길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하다만....
그리고 생각보다 들은 풍월이 많아서 놀라웠다. 한때 이과면서도 고교 윤리 시험은 100점을 자주 맞았던 그 시절의 상식이 아직도 머리한구석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니.
고대 철학 카톨릭 철학 근현대 철학으로 분책되어 있어도 별 문제가 없을것 같은데 뭐하러 이걸 한 권에다 모아놔서 마음의 양식을 쌓으러 온 것인지 근육의 양식을 쌓으러 온 것인지 혼동되게 해 놓았는지 모르겠다. 세권으로 가죽양장 뙇 해놓으면 까페에 있는 가짜 모조 빈상자 책보다는 지적 허영심을 드러내기에도 아주 좋은 소품 아니겠는가?
아무튼 저자는 철학 개념은 두 가지 요소에서 생겨난다고 말하였는데 하나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종교와 윤리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넓은 의미의 과학적 탐구라고 하였다. 나는 신학에서 독립된 근현대 철학만 철학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나 보다. 그외에 인상 깊었던 대목은 아리스텔레스 저술을 읽을 때 두 가지 방식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한 대목이다. 선대 철학자들을 참조하는 방식과 후대 철학자들을 참조하는 방식이 있다고 한 것이다. 전자의 측면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장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후자의 측면에서는 단점이 두드러진다고 하였다. 2천년간 수많은 근대 과학의 발전을 가로막던 기존 패러다임인 아리스토텔레스를 이런식으로라도 비판적으로 깔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그리고 깔 때 까더라도 잘 까야 욕을 덜 먹을 테니, 이런 까는 지성의 도구적 방법론 면에서도 걸출한 데가 있기 때문이리라고 짐작을 하였다.
해제를 참고하니 러셀은 환경 속에 놓인 철학자의 삶과 철학적 주제를 생동감 넘치게 기술하였고, 이에 대해 논의할 때 어떤 철학자도 숭배하지 않고 자신이 개발한 분석적 방법을 적용하여 어김없이 비판한다고 되어있었다. 아 그래도 글월 읽은게 아주 맹추같이 살았던 것은 아니고 언어영역 점수가 떨어져도 대충의 행간은 파악하는구나 하고 나름 안심했다.
다른 장점은 철학과 사회 정치 환경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는지 보여 준다는 점을 꼽았다. 저번에 읽은 노란책(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의 저자 또한 철학책 또한 그렇게 이 사람이 생에 걸쳐서 곡진하게 주장하고자 했던 바가 뭐였는지 그것에 이입해서 봐야 글이 읽힌다는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꼽기에 좋은 책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