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 신철규 시집
신철규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17-07-27 )
작성자 :
최○숙
작성일 : 2024-07-27
페이지수 : 172
상태 : 승인
너무 깊어 검푸른 바닷속 같은 시린 감청색 표지가, 뒤표지의 호수만큼 큰 눈물, 혹은 깊은 바다에 갇혀 터지지 못한 말, 또는 한숨 같은 형상이 먹먹하다. 이미 표지가, 제목이 시집 자체 같다.
이 시집이 나오기 전에 시인의 존재를 주목받게 했다는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는 문장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눈물의 중력'이 얼마나 크길래 엎드려 울 수밖에 없었는지 그 슬픔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다. 시인은 "슬픔의 과적 때문에" 가라앉고 있는, 슬픔이 한쪽으로 치우쳐 비틀거리는 세계의 카나리아이 같다.
해변은 제단이 되었다
바다 가운데 강철로 된 검은 허파가 떠 있었다 <검은 방> 중
이렇듯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다양한 참사를 상기시키는 시들은 나를 넘어뜨리는 걸림돌이 되었다.
다음은 시인의 인터뷰 글 중 한 문장이다.
"시인은 언어를 걸고 넘어지는 사람이자 언어에 걸리는 사람"이라는 그는 이런 "걸림"을 통해 언어를 이해하면 세계 타인에 대한 이해에도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했단다.
언어에 걸린다는 것은 '물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물음 속에는 무수한 울음들이 있다/ 물음으로 떠오르는 울음/ 둥근 물방울이 검은 주삿바늘이 되어 땅에 꽂힌다"
'물음'과 '울음' 은 많이 닮았다. 'ㅁ'의 모서리가 슬픔의 '눈물'로 흘러내려 '울음'이 된 건 아닐까.
비약하자면 '지구'가 커다란 눈물방울은 아닐런지. 적어도 이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에서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