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톡. 2, 조선 패밀리의 활극
무적핑크 지음 ; 이한 해설이마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7-22
페이지수 : 397
상태 : 승인
우선 역사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 한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기보다는 필연에 가까운 우연? 의도하지 않은 의도? 정도로 설명해도 될 것 같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나라를 말아 먹지 않은 게 신기한 왕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이미지가 개판인 선조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별명도 있다. 이른바 '런조' 런은 달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영어 단어 run을 의미하고 조는 그야말로 왕을 뜻하는 그 조다. 영어 단어를 우리 말로 읽어 조에 붙여 런조다. 달리는 조, 달리는 임금 그러니까 도망가는 조, 도망가는 임금이다.
그렇다. 선조는 괜찮겠지 하다가 임진왜란이 터지고 그 누구보다도 빨리 도망 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왕이, 백성의 어버이라는 임금이 도망 갔다. 조선을 세우고 200여 년 간 태평성대를 이루다 보니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렇다 할 방비도 없었던 나라의 백성들은 그야말로 하루 밤 사이에 나라가 없어질 자신들이 살아 온 터전이 왜놈들에게 난도질 당하는 꼴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임금은 도망 갔다. 그래서 런조다. 이 얼마나 치욕스런 별명인가. 이런 런조의 아들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백성은 들고 일어나 그야말로 온 몸으로 왜놈들을 막아 세웠다. 죽어가면서...
그런데 아이러니는 런조가 도망가면서 아들 중에 하나인 광해에게 분조를 통해 나라를 돌며 지키라고 명했고 질투했지만 그래서 죄를 뒤집어 씌우고 옥에 가두기도 하고 했지만 이순신 장군을 싸울 수 있는 자리에 앉힌 것도 런조다. 물론 유성룡 등의 지원이 있긴 했지만 여하튼 최종 결정권자는 런조였다. 그런 런조가 허락을 해 주지 않았다면 유성룡이 천거를 하건 이순신 장군이 능력이 있건 없건 간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지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리고 어쩌면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떠 넘기기 위해 허락한 걸 수도 있지만 여하튼 결과적으론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더 웃긴 건 임진왜란이 있기 전 북쪽 오랑캐들이 귀찮게 할 때 그 부분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해 투옥된 장수를 지원도 못 받고 나름 최선을 하다 이렇게 된 거니 죄를 크게 묻지 말라고 했는데 그때 투옥된 두 명의 장수 중에 하나가 바로 이순신 장군이기도 했다. 그때 만약 죄를 크게 물어 몸이 심하게 다치거나 다른 형태의 처벌을 받았다면 어쩌면 구국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역사에 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도망가는 임금인 아버지를 뒤로 하고 혈혈단신, 몇 몇의 신하만 이끌고 전국을 돌며 장수들과 백성들 그리고 의병들을 다독이며 전세를 뒤집기 위해 애를 쓴 세자인 광해.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아버지의 질투가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됐다.
그런데 전란 속에서 지속적으로 아버지의 질투를 받으며 불안한 삶을 살아 왔고 그 과정 속에서 누구도 믿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얻게 됐다. 그래서 임금이 된 후로 그런 트라우마에 의해 시종일관 사람을 의심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는 주변 사람들을 죽이고 종국에 가서는 자신을 따른 사람들도 죽였다.
그 와중에 그 유명한 명청 교체기의 중립외교라는 나름 의미 있는 사실도 있지만 그 역시 잘 살펴 보니 딱히 중립외교라고 할 것도 없는 부분이었다. 적당히 눈치를 봤다고 해야 될까? 인조가 반정을 해서 나라를 들어 먹을 뻔한 모습을 부면서 명청 교체기에 여하튼 중립외교를 할 수 있었던 광해가 계속 보위를 이어갔다면 우리 역사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예전에 간간히 하곤 했었는데 인조가 반정을 일으키지 않았다 해도 그 의심병때문에 딱히 그렇게 긍정적으로 흘러가진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광해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역시 역사는 많은 걸 이야기 해 준다.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