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日記 : 황정은 에세이
황정은 지음창비
( 출판일 : 2021-10-18 )
작성자 :
최○숙
작성일 : 2024-07-20
페이지수 : 204
상태 : 승인
<<읽는 기쁨>>에서 편성준 작가는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한다고 했다. 그 '재미'라는 말을 나는 오독했다. '일기'라는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사사로움'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도 그렇다. 재미있는 일기를 떠올렸으니까. 내가 가장 내밀한 마음 속에 입고 있는 탄탄하고 두꺼운 검회색의 편견과 선입견 탓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 작가의 말에 '일기'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어떤 날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라고 썼다. 어떤 날과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억이라지만 그것은 우리가 속한 사회의 가난과 폭력과 학대와 혐오, 차별과 재난, 참사에 관한 것들로 연결되어 사사롭다고만 말하기 어려웠다. 아프고 피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잊히기를 원하는 사건들. 그러나 잊혀서는 안 되는 그것들을 '일기'로 기록해 기억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 속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읽었다.
76쪽에서 옮겼다.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