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은행나무
( 출판일 : 2023-02-13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7-13
페이지수 : 356
상태 : 승인
*제목: 당신이 아름답다고 칭하는 날들
반짝, 김 여사는 눈을 뜬다. 전면 창으로 스며든 첫 햇살이 뺨을 간질인 탓이다. 상쾌한 웃음이 번진다. 꿈도 없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은 갓 태어난 것처럼 새롭다. 인생이란 얼마나 경이로운가.('나의 아름다운 날들'의 첫 문장)
가릴 것 없이 담뿍 쏟아진 초여름의 싱싱한 햇살이 김 여사의 손에 끼워진 레드 다이아몬드에 부딪고 수천수만 갈래로 부서진다. 레드 다이아 반지가 태양처럼 빛을 뿜어내는 듯하다. 막 샤워 끝낸 남편의 몸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 때문에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두 사람 위로 어룽거린다. 눈부시게 찬란한 아침이다. 눈부시게 찬란한 인생이다.(마지막 문장)
이 이야기는 전직 장관의 사모가 그 주인공이다. 노년에 접어든 그녀는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자녀들의 교육 및 혼사를 위해 무엇이든 했던 젊은 날을 회상하며 '품격'있게 늙어가는 여성이다. 여성이 보여주는 언사는 시종일관 '품격'있다. 그녀의 서사는 아름답게 계속 흘러가는데 그 끝에는 그 특유의 갇힌 사고가 내 마음을 왠지 모르게 답답하게 한다. 티없이 밝고 깨끗한 분위기는, 그림에도 불구하고, 왠지 날카롭게 불편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영화 <기생충>의 조여정이 연기한 부잣집 사모님을 관찰하고 있는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