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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되풀이 : 황인찬 시집

황인찬 지음창비 ( 출판일 : 2019-11-30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7-07
페이지수 : 96 상태 : 승인
*제목: 회색빛으로 긍정하는 미래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다

나는 그저 마을 어귀의 그루터기에 앉아 사람들을 향해 욕을 하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

내게 무슨 놀랍거나 슬픈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적드문 날 혼자 물소리를 듣는다거나 다른 이들 모르게 무슨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마을 어귀의 그루터기에 앉아 사람들을 향해 욕을 하거나 소리지르는 사람이 된 것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였다

내 역할은 이야기를 반전시키는 의외의 목격자 같은 것이고
그 이후로 나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선 물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

이야기는 나도 모르는 새 끝나버렸다고 한다

아마 해피엔딩이었을 것이다 악을 물리치고 소중한 일상을 되찾지만 무고한 이들의 희생이 마음속에 언제고 남아있다는 식의

수많은 사상(事象)을 짊어지고, 그 자체로 복잡한 인과가 되어버린 주역들에게 미래란 말은 조금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미래는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니까
믿고 맡겨야지 그 모든 미래를

끝 이후의 시간을

바야흐로 지금은 어떤 이야기 속의 봄날 저 여린 빛의 꽃은 피어 있는 채로 지지 않고 투명한 물은 흐르지 않는 고요한 동심원이고

나는 쓰러진 악과 함께 앉아 있다 '사랑을 위한 되풀이'(p.86-87)

황인찬의 시를 읽고 있다보면 한 청년이 떠오른다. 스스로를 비주류라 여기는. 선한 인상과 달리 과묵한 입에 속눈썹까지 내려오는 앞머리를 가진. 마른 축에 속하는 몸체이지만 끼니를 대충 때우며 살 것 같진 않은.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생각이 더 많구나 싶을.

시집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에서 '주인공이 아'닌 이 시 속에서 만큼은 주인공인 화자는 '소리지르는 사람'의 역할이다. 그의 역할은 '이야기를 반전시키는 의외의 목격자 같은 것'이고 그 이후로의 이야기는 암전. 그는 다만 이 이야기의 끝이 '해피엔딩'이겠거니 짐작해볼 뿐이다. 그렇다고 그의 부재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뒷말들은 '무거울'뿐이다. '믿고 맡'길 미래와 그 안의 '고요한 동심원'의 잠재력의 존재를 잠자코 신뢰해볼 뿐. 그러나 주인공이 아니었던 화자의 마지막은 '쓰러진 악과 함께' 뒤엉켜 누가 악인지 선인지 중간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악과 화자는 '앉아 있'음으로 또다시 일어설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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