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 처음 듣는 이야기
우치다 다쓰루 지음;박동섭 옮김유유
( 출판일 : 2024-04-14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4-07-03
페이지수 : 233
상태 : 승인
책표지 글씨도 누가 읽지 않아주었으면 하는 가녀린 글씨체로 인쇄되었는데 이 책에 손이 왜 갔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1억 인구쯤 되는 일본이다보니 이런 사람도 있나 보다 하는 경탄이 나왔다.
자본논리에 의한 도서관 운영이 아닌 도서관 자체에 대한 신격화, 종교화, 책에대한 숭상 경배같은 것이 느껴지는
어쩌면 일본의 다신교 전통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를 묘한 감각을 저자는 도서관에서 찾고 있다.
제목을 거창하게 썼으니, 예산은 삭감되고 사서는 해고되고 도서관 운영은 민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경고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과거는 우리의 미래가 된다. 대략 10년 정도의 시차로.
호수도서관의 수서 정책도 다소 이런 시장논리에 따라서 예산이 집행되는 듯 하여 할 말이 많았는데, 내 불만을 적확히 표현할 단어를 못 찾아서 다물고 살았지만 이 책을 보다 보니 내가 느끼는 위화감이 무엇인지 잘 알 듯 하다. 5년 이상의 도서가 시민들에게 읽히지 않는다 해도 갖다놓고 공간을 차지하는 것만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책들이 있다는 것을. 애초에 성경 불경따위 출판된지 천년 넘은 책들의 권위있는 해석본 같은게 5년 주기로 신간발행이 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권위있는 학자가 숨넘어가기 전에 쓴 게 재출간되길 기다린다면 그것은 들어오기에 시간이 너무 길다.
그리고 도서관에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는 도발적인 첫글도 인상적이었다. 지난번에 읽은 책에서 커넥티드 상태를 해제하는 방법의 일환일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서 사유할 시간을 얻는 것이다. 뭐 내가 마라도까지 배타고 가도 거기엔 바다낚시꾼이 있었는데 차라리 어느 도서관을 들어가는 편이 더 조용하고 좋을 수 있었다는 말도 되겠지. 의외로 조천읍 도서관이나 탐라도서관에도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적정 이용자를 넘어 바글바글하고 번호표 뽑는 환경이 꼭 도서관이 지향할 미래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심지어 사서 모아놓고 그리 강연을 했다고 한다.
과연 활자 중독자라고 자기를 책 날개에 소개할 만한 위인이다 싶은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여기저기에 게재한 글들을 한국의 역자가 모아서 책에 관해서, 도서관에 관해서, 출판에 관해서 이렇게 세 챕터로 엮었다.
내가 안해본 생각이 들어찬 책 집어본 것도 오랜만인 듯 하여 좋은 평가를 남긴다. 이런사람도 지구에 살아야 삶이 윤택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