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 박경리 대하소설. 15 : 4부 3권
박경리 지음마로니에북스
( 출판일 : 2012-08-15 )
작성자 :
이○주
작성일 : 2024-07-02
페이지수 : 503
상태 : 승인
토지 15권은 전체 503장으로 토지 전집중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많은장들을 쓰시기 위해 박경리 선생님은 얼마나 많은 원고지를 산처럼 쌓아놓고 수많은 담배를 태우시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으시려고 자료를 읽고 메모하셨을까 상상을 해본다.
15권에서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인물은 영산댁이다. 영산댁은 주모인데 길상만이 아는 비밀로 김환이 최치수랑 닮았다고 할정도로 눈이 매운데 그 매운눈으로 숙이의 동생 몽치를 찾아준다. 영산댁은 임명희나 유인실처럼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주막집에 놓고 간 숙이를 나몰라라 하지 않고 온전히 숙이를 잘 거두어서 요조숙녀로 잘 키우고 도솔암에 불공드리러 갔을때 몽치를 유심히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숙이동생이라는것을 알아낸다. 결국 남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영산댁은 그 매서운 눈썰미로 디테일하게 보고 분석하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서 결국에는 해낸다. 영산댁은 독수리같은 최서희처럼 조준구한테 빼앗긴 자기 재산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고고한 학같은 임명희나 길여옥처럼 많이 배우거나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어려운 숙이나 몽치를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어떻게서라든지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선한 사람이다.
나도 영산댁처럼 자기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매서운 눈썰미로 관찰하여 도와주려고 하고 도와주고 나서도 공치사하거나 어떤 보답을 바라지 않고 절에서 불공을 드리는 사람이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그 도움을 결코 잊지 않는 사람 영산댁처럼 풍성하고 섬세한 인생을 살고 싶다.
또 토지 책의 매력은 소박한 음식들을 한국인의 밥상처럼 맛깔나게 표현하는것이다. 예를 들어 영호댁이 차린 점심상은 팥을 넣은 찰밥, 콩나물,고사리,미역의 세가지 나물, 계란부침, 북어찜, 간고등어는 파,마늘,풋고추를 푸짐히 넣어서 지지고 오이생채에 솎은 배추로 방금 당근 김치, 멸치볶음 아이들은 군침을 삼켰다 라는 장면이 있는데 이부분은 아이들 뿐 아니라 입맛이 없는 사람도 밥 세공기는 거뜬히 해치우게 되는 외할머니 밥상이다. 박경리 선생님 살아 생전 찾아가면 밥 먹었노? 하시면서 북어찜과 간고등어를 손으로 찢어주시면서 많이 묵어라 많이 묵어라 할것만 같다. 오늘도 외할머니 밥상처럼 글로 풍성하게 차린 토지 감사하면서 읽을 따름이다. 좋은 글을 써주신 박경리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