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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도 도서관입니다 : 골목길 작은도서관에서 펼쳐진 이웃들의 이야기

박지현 , 백미숙 지음생각비행 ( 출판일 : 2023-12-30 )
작성자 : 동○영 작성일 : 2024-07-01
페이지수 : 284 상태 : 승인
오른 손목이 아파 일주일을 낑낑대며 보냈다. 속상하고 불편할 가운데 그나마 책은 읽을 수 있어서 이런저런 책들을 꺼내고 여러 도서관에 가서 한 손으로 빌리고 또 빌려왔다. 오랫만에 식탁다리 한 켠에 책탑이 겹겹이 쌓인 걸 보고 요즘 내가 외롭다는 걸 깨달았다.

관심이 덜 가는 남의 이야기이거나 어려운 주제+복잡한 단어로만 덮힌 책은 역시 잘 읽히지 않아 속마음만 종종대다가 욕심을 내려놓고 시끄러워도 도서관입니다-를 이 방과 저 방으로 들고 다니며 읽었다.

도서관에 관련된 책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주로 내가 꿈꾸는 공동체와 책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어 읽기만 해도 공감과 희망이 마구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남는 건 동네 사람들, 특히 동네 엄마들인데 책으로 연결된 인연이라면 얼마나 더 소중한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서울에는 높고 비싸고 바쁜 동네만 있는 게 아니다. 방 한 칸에 살아도 서울사람이고 큰 건물 통째로 갖고 있어도 서울사람인데 그들 모두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 동네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서울에서 왜 그러고 놀아?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촌스럽고 소박하게 살아봤던 경험자로서 이 책은 오랫만에 동네엄마 만난 것 마냥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라는 노랫가사 같은 것이었다.

나도.
동네에서. 이것저것 같이 하며
따로 또 같이 살고 싶은데.
적응될 만하면 이사.
또 이사. . . 그래도 나도 꿈 키우며 지금까지 왔다는 걸 아니까. 다시 탄탄하면서도 느슨한 인연을 만나길 바라며 서울의 골목과 도서관, 특히 작은도서관들을 응원해본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남편 밖에 없고, 직장과 집 사이를 오가는 생활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발을 땅에 붙이고 사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그때 마을에 뿌리내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돌보며 아이를 키우고 함께 성장해 가는 마을이요. 227쪽
도서관 개관하면서 시민사회 활동가들로 채웠던 초록길 운영위원회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구성이 바뀌었고, 회의도 활기를 띠었다. 229쪽
은영 씨는 초록길도서관 분위기를 중요하게 꼽았다 "여기 오면 아이들이 참 자유롭잖아요. 뭘 해도 제지하는 어른이 별로 없고요. 애들은 그런 환경에서 정말 최선을 다 해 머리를 여는 것 같아요. "
빈 서가 칸칸이 아이들이 들어가 누워 있거나, 책
수레를 책상 삼아 책사다리에 걸터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도 있었다. 위험하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도록 두고 그 발상에 감탄하는 것이 초록길 어른들의 자세였다. 234쪽
초록길은 전문 사서나 직원을 둘 형편이 안 돼 운영 위원들이 자원봉사로 도서 등록과 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교대할 인원이 없어서 밥 먹으러 나갈 상황도 안 되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 와서 먹기도 한다. 독서 모임 등동아리 활동을 위해 다과를 먹거나 차나 커피를 준비할 수 있는 탕비시설도 갖춰져 있다 그날 운영위원 몇몇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테 책을 보던 여성분이 나가면서 화를 냈다. "아니,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아까는 전화 통화를 하더니 이제 밥까지 먹어요? 그리고 일요일에 문 단으면서 무슨 도서관이래요?"
... 우리는 운영위원희를 열어 이용규칙을 정하고 잘 보이게 벽에 붙여 놓았다. 누군가 정해서 강요하는 규칙이 아니라 서로 합의해서 만든 약속은 힘이 있다. 우리의 합의는 적당하게 시끄러운 도서관'이었다. 60쪽
마을이란 착한 사람들만 모여 오손도손 정을 나누며 사는 곳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아무에게도 간섭받거나 방해받 지 않고 편히 쉴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편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이웃과 인사하고 관계를 맺는 일이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편한 사람도 있다.
우리는 왜 마을을 이야기하고 공동체를 이야기할까? 결국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일 텐데, 관계를 맺고 함께한다는 건 그만큼 서로를 침범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왜 끊임없이 연결되려고 애쓰는 것일까?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한 10여 년의 세월은 어쩌면 그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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