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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장편소설

애니 라이언스 지음 ; 안은주 옮김한스미디어 : ( 출판일 : 2023-05-03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4-05-02
페이지수 : 524 상태 : 승인
이 책을 추천 받고 사전 정보 없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을 때 나는 두 가지에 놀랐다.
우선 유도라 허니셋이 젊은 아가씨가 아닌 85세의 할머니라는 사실에 놀랐고, 두번째는 생각보다 두꺼운 책 두께에 놀랐다.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왠지 아멜리에 같은 엉뚱한 매력을 가진 젊은 아가씨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85세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과 10살 꼬마 소녀 로즈의 우정은 내가 좋아하는 픽사 애니메이션 '업UP'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 뿐만 아니라 또 한편으로는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이제 죽는 것조차 쉽게 죽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수 있을까?' 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도 같이 다루고 있다.

우정과 죽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주제를 작가가 솜씨 있게 잘 버무려 놓은 덕분에 500페이지나 되는 책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 챕터마다 현재의 이야기와 유도라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주는 방식도 좋았다.
처음에는 다정다감했던 아버지를 전쟁으로 잃고, 마음이 약했던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위해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유도라 허니셋의 인생이 안타깝고 불쌍하게 생각되었는데, 그 친절함과 배려심 덕분에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는 이들에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을 보고 나니 로즈가 할머니한테 한 말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랑 동생 때문에 슬펐겠지만, 그래도 할머니는 좋은 인생을 살았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난 12월에 읽었던 아툴 가완디의 저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늙는다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거의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처럼 쉽게 꺼낼 수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두 달 전, 친정집에 갔을 때 전에 못 보던 엄마 아빠의 사진 액자들이 벽에 걸려 있는 걸 보았다. 엄마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웃고 계셨고, 아빠는 예의 그 깔끔한 가르마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으로 인자 하게 웃고 계셨다. 한눈에 봐도 최근에 정성 들여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나는 그게 엄마아빠의 영정 사진이라는 걸 보는 순간 눈치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두분 다 여든이 가까워진 나이셨지만, 여전히 정정하셨고 복지회관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주 4일 참석하시며 주말엔 성당에 다니시는 등 각종 모임으로 늘 바쁘고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계셨다. 그런 두 분이 서로 영정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걸 찍으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상상이 안갔다. 나는 애써 사진을 못 본 척 외면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에서는 죽음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어떤 죽음을 맞길 원하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고, 남은 가족들의 고통도 줄어 든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죽음은 커녕 영정 사진이라는 말조차 꺼낼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도 죽음 전문가 해나의 입을 빌려 그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말한다.
" 여러분이 해야 하는 일은 말하는 거에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거죠..... 근거 없는 믿음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성숙한 어른으로서 죽음에 대해 논의해야 해요."
부모님께는 감히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지만,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는 내 아이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낼 수 있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책의 매력이라면 이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발랄하고 사랑스런 소녀 로즈 와 시니컬 해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유도라 할머니, 그리고 유머러스한 스탠리 할아버지 덕분이다.

임종을 앞둔 유도라 할머니를 문병 올 때마다 우렁차게 외치는 로즈의 말을 들어보라!

" 유도라 할머니! 아직 살아 있어요?"

후반부 유도라 할머니의 공항 씬에서는 내가 지금 일터라는 것도 잊고 울고 말았다. 맙소사!! 그때 손님이 안 왔으니 망정이지.

"재밌는 책 추천할 거 있어?" 라고 할 때 추천 리스트에 올릴 만 한 그런 따뜻하고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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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 비밀댓글 입니다.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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