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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박은정 옮김문학동네 ( 출판일 : 2015-01-01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5-09
페이지수 : 558 상태 : 승인
*제목: 생명을 품는 몸을 가진 여성들의 전쟁 일기

전쟁은 철저히 남성의 전유물이다. 아니, 전쟁이 철저하게 남성적이라고 해야 하나. 남자, 여자 편을 가르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전쟁이 발발했을 때 남자의 목적이 승리와 쟁취라면 여자의 목적은 수호이자 무엇보다 '내 자식'을 지켜내는 것이다. 2차 대전의 참상을 기술해낸 벨라루스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논픽션적 성격의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생존한 소녀병사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기억하는' 전쟁을 그려낸다. 작가는 전쟁의 이유, 일련의 사건과 인과관계 같은 것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영혼에 대한 이해'(90p)를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독자로 하여금 읽는 내내 눈물 짓게 만드는 힘을 보여주며 전쟁 소재 문학에 새 지평을 열었다. 소녀 병사들은 말한다. 전쟁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기 자신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보다 오히려 상대 생명을 '죽여야' 하는 점이었다고. 그 점에 정말이지 공감한다. 전쟁의 비참함 앞에서 신분을 불문한 여성들은 참혹한 사체 앞에서 '내 새끼, 내 새끼들'하며 울부 짓는다. 본인의 피붙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생명을 품는' 몸을 가진 여성들은 정말이지 다 그렇다.

여자들의 생존 방식은 가끔 실소를 금치 못하게 우습다. 군대의 계급을 이해하지 못해(군대는 거의 계급이 다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저씨' 라고 칭하는 여성 군인, 적군의 조준 폭격이 쏟아지는데 표적이 될 머리 수건을 벗지 않고 도망가는 소녀 군인(우리 엄마가 머리 감고 수건 풀지 말랬어요!) 새로 보급 받은 외투를 입었다고 바닥에 눕지 못해 부하들에게 놀림 받는 여성 상관.

한 생존 여군은 여성의 생존을,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전쟁터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534p)라고 말한다. 그 발언에 내포된 의미에 대해 곱씹어본다. 그렇다. 무엇이든 죽여내야 살아남는 전쟁 속에서도, 생명에 대한 찬미와 존중을 (아이러니하게도) 잃지 않아야만 끝끝내 참혹 속에서도 진정한 의미로 생존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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