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 송상기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10-01-01 )
작성자 :
남○진
작성일 : 2024-05-09
페이지수 : 106
상태 : 승인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이라면,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 이랄까. 그런 책을 펼쳐보고 첫 부분이 지루하지 않다면, 한번 읽어보자! 하는 편이다. 그리고 여러 방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책도 한번쯤은 들추어보곤 한다. SNS를 하다가, 정말 처음 보는 제목의 책이었다. 그리고 106쪽의 짧은 책, 눈 깜빡하면 끝나있지만 끝까지 눈을 뗄수 없다는 짧고 강렬한 설명에 잘 적어뒀다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았다. 이런 책도 있을까 ? 싶었는데 있다.
정말 짧은 이야기이다. 106쪽이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말과 옮긴이의 말을 빼면 실제 이야기는 한 절반쯤 되는 양이려나.
첫 문장을 읽고 나서 왜, 눈을 뗄수없다고 했는지 알았다. 흔한 소설책과는 시점 자체가 다르다고나 할까?
문학시간에 배웠던 전지적 작가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등등등.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는 시점이다.
설명하자면, 우리가 '만약에'라는 상황을 가정할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자, 이제 눈을 감고, 상상해보는거야. 너는 지금 바닷가 모래사장을 거닐고 있어. 날씨는 아주 좋아서 햇빛이 조금 따갑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더운 날씨지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서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아. 신발을 벗은 맨발에 닿는 모래는 조금 뜨겁고, 조금 까칠하지만 기분 좋은 촉감일테고."
딱, 이런 말투로 이 소설을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나'의 이야기도 아니고, 나를 관찰하는 '당신'의 이야기라 하기에도 조금 애매한. 마치 주술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 최면을 거는 것 같기도 한 그런 말투로.
주인공은 어느날, 우연히 발견한 신문광고를 보고 높은 보수의 쉬운 일, 이라는 생각을 안고 낡고 허름한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녹색눈을 가진 소녀, 아우라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 소녀는 실제하지 않는 사람이다.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갈구했던, 지금은 많이 늙고 초라해진 한 여인의 집념이 불러낸 환상일뿐.
사실 소설이 끝을 맺고 나서도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서, 아우라는 누구였던 걸까? 하고.
작가는 영어권 나라의 사람이 아니었다.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스페인어의 '아우라' 는 미풍, 숨, 호흡을 뜻한다.
정말 그녀는, 살며시 불어와 주인공을 흔들어놓고 살며시 달아나버린, 미풍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