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내공 : 인생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
조용헌 지음생각정원
( 출판일 : 2024-02-02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4-06-19
페이지수 : 420
상태 : 승인
저자는 유불도 삼선에 나름 통달했다고 자부하였는지 후학들이 길을 헤멜 것을 염려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요즘같은 전문화의 시대에 이런 통섭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내보이는 깡에 감복하여 자판을 두드린다.
책 서두에 허교라고 경상도 안동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들을 친구로 사귈때 썸마냥 몇 번 간을 보고 신언서판 한 뒤에 교제를 허락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엔 저자의 정치성향이 가늠이 안되어 현대엔 얼어죽은 TK 찬양일색인지 하고 고깝게 보았으나, 후에 본인이 호남 출신임을 밝힌 뒤 다시 보니 그런 절차조차도 좋다고 자만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도를 구하러 다니는 모습이 찐인가 싶기도 하다.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보니
여행의 종착지는 사막과 설산이라 한다. 다른 데 다 둘러본 다음에는 여기로 향하게 되어있는 이유는 강력한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인스타보면 레깅스입고 설산 다니면서 유튜브찍는 처자들도 많은데 고독이 가능할 성 싶은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설산 다니시다가 만나면 옛어른이신지라 꽤 황망하겠네 하며 생각도 해본다. 그 둘을 대체하는 곳이 섬이라 하니, 내가 그래서 섬이 자꾸 땡기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강호(비범인 인터뷰, 현장 답사)와 강단(대학 논문과 학술서적등)의 중용을 취하여 칼럼의 소재를 구한다 하니 나름 균형잡힌 글이 나오는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웠던 페이지는 AI는 사주팔자도 볼 수 있을까 하는 칼럼인데,
같은 사주를 보고도 신기가 부족한 사람은 팔자에 물이 많은 자에게 제방을 키우라고 하지만 신기가 있는 사람은 사막에 가라는 처방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싸우디에 갔더니 인생이 잘 풀렸다는 얘기.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답을 내놓는 문해력을 신기라는 직관의 영역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ai는 흉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내었다.
현재로서는 내 그릇이 작아서 이 글의 가치를 평가하지 못하는 듯 하니 다음에 황망하고 정신없을때 읽어봐서 도움이 되는지를 다시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중국도 세가 성하고 우리나라도 손흥민의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수상에 즈음하여 국운이 바뀔거라 했는데, 요즘의 정세는 어째 외세에 자기 이문을 다 내어주는 상호구 꼴이라니... 옛날 안동땅에 노론의 거두 사당을 지으려 할때 저항하던 그 보수의 정신은 도대체 어느 세월에 엿바꿔먹고 지금은 자취가 없는지 모를 일이다. 자취도 없어진 기개를 지금 와서 공자왈 맹자왈 읊어봐야 다시 죽은 것이 깨어날리도 만무해 보이고 말이다. 저자는 충청도가 토의 기운이라 화의 기운인 예의 경상도, 금의 기운인 전라도를 잘 섭수해야 한다고 하는데...흠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 충청도에 그런 인물이 난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