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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는 왜 웃긴가: 청풍명월의 말과 웃음

안상윤 지음휴먼필드 ( 출판일 : 2020-05-11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6-13
페이지수 : 276 상태 : 승인
*제목: 충청도라는 애증

내가 나고 자란 청주. 어린 시절 충청도가 징그럽게 싫었다. 뭉근한 말투들도, 뼈가 들어있는 농담인지 허한 진담인지 모를 말들도, 나 시험 공부 아무것도 안 해놨어 어떡하지 라고 말하는 이상한 겸손들도.

책의 저자는 우선 경상도 출신으로 오랜 방송 pd경력 등으로 만났던 충청도인들의 배꼽 잡는 유머(작가의 입장에서...)에 그 배경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쓴 책이다. 목차가 꽤나 학술적인 형식으로 짜여져 있고 각 장마다 충청도인의 특성을 하나하나 나열해 놨으니 읽는 충청도 토백이로서 어찌 재미있지 않으리오. 다만 읽는 내내 그 설명이 그 설명 같은 부분도 적지 않고 저자 재밌다고 하는 충청도 유머들('근데 아깐 왜 그랬써어?', 무심천 가느냐는 말에 기사가 '타면 가유.')도 나로선 피식 웃음거리 정도였다.

그러나 내 머릿속 넓은 충청도인 데이터 베이스를 토대로 책의 내용을 구석구석 맞추어 보며 즐거웠으니, 특히 다음과 같은 대목은 잘 들어맞는다 공감했다. 특히 우리 아버지. 그리고 나 자신. 그래서 내가 사춘기 시절 아버지와 그리 충돌했나 보다. 비슷해서.

충청도 사람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머릿속에 늘 자기 의견을 갖고 있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자기 의견을 관철한다. 우회하되 목표물을 놓치지 않는게 충청도식 화법이다.(177p)

충청도는 되게 할 순 없을지 몰라도 안 되게 할 수 있는 힘은 갖고 있다. 이른바 '몽니'이다 '몽니'는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이라는 뜻으로 소극적 저항이지만 당하는 처지에선 아플 수 밖에 없는 '심통 부리기'같은 것이다. 강자의 전략이라기보다는 약자의 항거에 가깝다. 지극히 '충청도적'인 특징이라 아니할 수 없다.(164p)

그렇다고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기가 품고 있는 속셈은 반드시 관철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도의 말은 이중화법을 보인다. 일본인들처럼 '혼네'와 '다테마에'가 존재한다. 일본인들이 언어로 표현하는 부분은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한 '다테마에'이고, 언어화하지 않은 부분은 '혼네'이다. '혼네'는 '숙성되지 못한 생각일 수 있다'고 여겨 숨긴다. 본심이 야기할 주변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목적에서다. 충청도 사람들도 속마음과 겉마음을 따로 둔다.(51p)

지역 색에 민감한 대한민국에서 무려 한 지역을 특정해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또한 '충청도'이기에 가능할 것.(경상도인이 쓰는 전라도인의 특성에 관한 책은 찾아보진 않았지만 없지 않을까 싶다.) '멍청도'라는 오명에 특별히 반박하지 않으며 여전히 전면에 나서지 않고 무대 뒤에서 앞쪽을 '멍청하게' 지켜보며 나만의 의견을 우회, 고수, 관철(가능하다면) 시키는 충청도인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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