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부득탐승
이창호 지음라이프맵
( 출판일 : 2011-01-01 )
작성자 :
박○규
작성일 : 2024-06-13
페이지수 : 283
상태 : 승인
지난번 조훈현 9단의 책을 읽고 그를 정상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제자 이창호 9단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조훈현 9단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그는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저자는 자신을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11살에 프로에 입단하고 140회의 타이틀을 획득하며 세계를 재패한 1인자가 된 사람이 과할정도로 겸손한 태도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스승인 조훈현 9단도 처음에 그를 봤을 때 특출난 부분이 있기보다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 이런 그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우선 교육의 중요성에 있다. 저자의 부모님은 자식을 절대로 틀 안에 가둬두지 않으셨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라는 압박을 넣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살도록 하여 자신의 길을 찾도록 두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창호 9단은 바둑의 재미와 황홀감을 느낀 어린시절부터 아무 제약없이 바둑에 전념할 수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바둑의 재미를 차근차근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해주셨고 기원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사고를 만나 제약없는 사고방식을 갖도록 하였다. 그리고 스승 조훈현 9단은 자신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제자였지만 제자의 스타일을 인정해주었고 자신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한다. 재능있는 아이로 만드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신의 선택을 얼마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느냐 인것같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했기에 그 과정이 즐겁게 느껴질것이고, 아무리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소모되지 않도록 열정이 받쳐주기에 그 잠재력이 꽃을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자신의 재능에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철저하게 성찰하면서 약점과 장점을 파악하고 교정하기 위해 복기를 게을리 하지않았다. 의표를 찌르는 수에는 능하지 못했지만 실리를 추구하며 두텁게 둘 줄 알았다. 초,중반에는 약점을 보였지만 종반에는 집 계산을 통해서 완벽한 끝내기를 구사했다. 이런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고 더 정밀하게 계산하는 방향으로 끝없는 복기를 수행했다. 그 결과 낯선 무명의 상대에게 일격을 당하기도 하고, 국제대회에 나가면 죽을 쒔던 과거를 극복하고 세계를 재패하는 1인자의 자리에 당당하게 오르게 되었다. 또한 저자는 그 위치에서 거만을 떨지않고 묵묵히 복기를 하면서 자신을 닦아나갔다. 어떻게 보면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것보다 그 위치에서 초심을 잃지않고 자신을 수양해나가는게 더 힘들 수 있을텐데 그것을 묵묵히 해내어 오랜기간동안 정상을 차지한 저자가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천재를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을 제한하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그 안에서 찾은 능력을 지속시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오래 생각할 뿐이다."
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처럼 저자 또한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복기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오래 생각해서 얻어낸 결과인 것 같다. 물론 그들이 천재성을 지녔기에 그러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끈기있게 노력하지 않으면 어떠한 생각도, 어떠한 결과도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창호 9단이 정상에서 내려와 갖고있던 타이틀을 다 뺏겼을 때 그는 허망한 현실을 바라보는 대신 지킬것이 없기에 더 대담하게 싸울 수 있다는 투지를 불태웠고 바둑에만 집중한 인생을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인생으로 확장시켰다. 바둑기사로써 그의 인생은 저물어갔지만 생각의 전환을 통해서 인간 이창호의 삶을 발전시키는 길로 나아갔다.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사제관계이지만 너무나도 달랐던 두 국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나만의 '생각'과 그 생각을 강화시키는 지속적인 '복기'라는 공통된 답을 내놓았다. 이 답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먼 과거에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인생성공의 법칙이다. 그러나 긴 역사속에서 저 두 가지를 이용해 성공한 사람은 많지가 않다. 둘 다 스스로 인내하며 실행해야 하는 거싱기에 귀찮고, 어려워서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되풀이하고 풀리지 않는 삶을 원망한다.
"지금 싸우고 있는 자는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 자는 이미 졌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며 이와 같은 말을 던졌다.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을 실패의 공간으로 밀어넣고 있는것과 같다. 신의 한 수를 두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고뇌와 인내가 필요하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의 신의 한 수는 무엇일까? 그것을 찾아내면 당장 달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