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수잔 콜린스 지음 ; 이원열 옮김북폴리오
( 출판일 : 2012-01-01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6-11
페이지수 : 374
상태 : 승인
힘들다. 정리하기가 힘들다. 읽은 지 며칠 동안 쉽사리 내용을 글로 옮기기가 어렵다. 영화로 봐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 주인공인 캣니스가 동생을 대신 해 헝거 게임에 자원하는 모습이 그려진 부분을 읽는 게 힘들었다.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스토리인데 영화를 볼 때도 그냥 그랬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영화도 아닌 책을 통해 읽으면서 왜 그리 속이 울컥하고 눈물이 나려 했는지... 나이가 조금 들어서 그런 가 싶은 생각도 했다.
아닌 건 아닐 텐데, 그저 나이가 조금 들었다고 알고 있는 내용을 읽다가 눈물이 나려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은 소설이기에 당연히 가상의 이야기다. 더욱이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라 더더욱 가상의 이야기다. 그런데 실재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부 국가에선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아픔의 역사다. 나라가 망하고 식민 지배를 당하고 동족 간의 전쟁을 치르고 얼마지 않아 독재 그리고 독재 그리고 또 독재를 거쳐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니다. 내 나이가 올해 만으로 44살, 그러니까 1979년 생이다.
1979년 이면 박정희 군부 독재가 막을 내리던 해다. 이어서 전두환 군부 독재가 1987년 막을 내리던 시점까지 나는 유년기를 보냈다. 어렸기에 실질적으로 독재 정권의 참상을 겪진 않았지만 그 역사 한 복판에 나는 분명히 살아 숨 쉬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야말로 지어 낸 가상의 판타지적인 이야기지만 우리 삶에 대입해 볼 수 있다. 나는 아니었어도 나의 10살 터울 윗 세대 그리고 부모님 세대는 소설과 비슷한 무언가를 겪지 않았을까? 헝거 게임이라는 직접적인 무언가가 아니었어도 사회 저변에 깔린 통제를 분명히 매일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 통제를 소설 답게 아주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저열하고 치졸하게 사람을 통제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을 이용한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어쩔 수 없이 빨려 들어 가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저 마음이 저게 아닌데... 그런데 또 웃긴 건 그 감정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그 마음을 다음 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