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너머 자유: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지음창비
( 출판일 : 2024-03-11 )
작성자 :
동○영
작성일 : 2024-06-08
페이지수 : 248
상태 : 승인
대학생 때 헌법재판소 연구관이었던 법대 교수의 헌법 수업을 들었었다. 다루는 개념이 매우 큰 범위인데 판결은 아주 미세하게 나누어 진행하는 헌법소원 판결문을 보면서 이걸 논하고 글로 남기는 재판관의 일에 대해 진한 인상으로 남았다.
바둑이나 체스를 복기하듯이 하나하나 순서대로 혹은
역순으로 짚어서 넘어가는 과정. 그러면서도 감정과 관습을 빼야 하는 무자비함. 과정은 치밀하게 결과에는 승복.
헌재 재판관 9명, 대법원 재판관 10명이 원고, 피고 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설득시키는 선례를 만든다는 중대함.
그 무거운 법전 아래에서 지극히 보수적인 만큼, 사회적 가치관의 흐름이 변하면서 최소한이자 최대한으로 순응하는 판례에서 재판관들의 별개의견, 반대의견, 보충의견을 읽을 때는 사회의 진보를 꿈꿀 기회를 주는 것 같아 법의 가치와 신성함을 느끼기도 했다.
작가는 롤스의 정의론에 맞춰 국내 유명 판결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중첩적 합의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롤스의 기본 전제처럼 무지의 베일을 쓴 합리적인 인간들이 모여 기본적 사회 제도를 만들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사회,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최선의 합의가 무엇이냐에 대한 문제로 읽혔다. 중간, 중도성의 이성적인 인간형은 거의 없다 상상했을 때, 사회의 발전 뿐만 아니라 안정을 도모하며 구성원을 아우를 수 있으려면 중대한 제도, 사법 결정을 어떤 기반으로 해야 하는 걸까. 그럴 때 나오는 것이 중첩적 합의인데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바꾸거나, 유지하는 게 어려울 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여러 미세하고 복잡한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니까 일부만 100% 만족 시킬 수도, 해서도 안되는 것이라면 개인의 합당할 수 있는 능력, 합리적일 수 있는 능력에 기대어 최소한의 교집합을 찾아내서 시작해야 한다고 읽혔다.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그렇게 시작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해당 법의 입법 이후로 한국의 일상의 금전적 보상, 보복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게 된 점은 매우 극단적이고 강력한 법이 아니더라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중요한 사례로 남았다.
이제 작가는 대법원을 떠나 일반 시민들에게도 법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사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읽어서 토론과 변화를 부르는 대표도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다원주의 사회로 향하되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에는 다다르지 못 한 현 시점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올바른 결론이 무엇인지를 모색 해나갈 필요는 사법의 영역이라고 하여 다른 영역과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법관은 오로지 '법을 말하는 입'이란 해묵은 말만으 로는 사법이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237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