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08-01-01 )
작성자 :
박○민
작성일 : 2024-06-07
페이지수 : 199
상태 : 승인
문단 아이돌론에서 다룬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요시모토 바나나를 '외계인'이라고 말했다.
정말 책을 읽으며 그 표현을 보며 쇼킹할 때가 있다.
-할머니가 죽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할머니가 죽은 일을 '슬펐다' '괴롭다.' 가 아니라 깜짝 놀랐다. 라고 표현하다니.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완전히 홀로 남은 주인공 미카게.
할머니가 자주 가던 꽃집 알바생 유이치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그의 집에서 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러 할머니와 살던 집으로 다녀온 미카게는
버스 안에서 할머니에게 투정부리는 소녀를 보면서 얄미운 마음이 들었다가 뒤에 앉아 있는
엄마를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생각한다.
-부럽다.
버스에서 내려 구석진 곳으로 가서 눈물을 흘리는 미카게.
유이치의 집에서 엄마로 변한 유이치의 전아빠, 현엄마인 바에서 일하는 사장 에리코씨 덕에 회복한다.
그는 암으로 아내를 잃어 본 사람이었던 것.
6개월간 그 집에서 머물면서 유이치와 에리코씨에게 죽과 주스 등을 해주며
그녀는 회복한다.
집을 떠난 그녀가 다시 유이치의 전화를 받게 된다.
"엄마. 죽었어."
스토킹하던 손님이 여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자 분개해서 칼로 찔렀다고.
이제는 천생 고아였던 미카게가 고아가 된 유이치를 위로할 차례.
미카게는 좋아하는 식재료를 사오라고 시키고는 그를 위한 수많은 요리를 해준다.
에리코씨와 유이치 덕에 요리에 매진하게 된 주인공 미카게는 이미 프로급의 실력이 되었던 것.
요리사 밑에서 일하게 되는데, 유이치가 가장 힘들 때 2박3일 출장을 가게 된다.
거기서 유이치가 머무는 숙박업소에 전화를 건다. 유이치와 통화를 끊고 고민하는 미카게.
돈까스 덮밥을 사가지고 택시를 타고 간다.
그렇게 유이치는 살아갈 힘을 얻어 내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줄거리만으로 보면 뻔한 로맨스 이야기 같다.
하지만, 잔인한 이야기 없이도. 과한 라이벌 없이도 로맨스가 술술 읽히는 건 그 문장들 때문일 거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외계인 같은, 아니 어린아이같은 문장이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직접 감상하며 느껴보시길 추천드린다.
'(그릇들은)묘하게도 품위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 부엌을 한눈에 사랑하게 되었다. '
'조용하고...(중략)... 최고다. 여긴 최고다.'
'소타로는 그 건전함이 부럽고, 그렇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다나베네 집의 묘한 편안함이다.'
'(에리코씨에게 컵을 선물받자)
"어머, 예뻐라"
나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 집 나갈 때, 이것도 갖고 가고. 그 다음에도 뺀질나게 들러서 죽 만들어 드릴게요.
입으로는 말 못하고, 그렇게 생각하였다.
소중하고 소중한 유리 컵.'
'가을의 끝, 에리코씨가 죽었다.'
'(할머니에게 투정부리는 소녀를 보며) 좋겠다. 나는 생각했다. 비행선을 눈으로 좇으면서.... 그런데.... 눈물이 뚝뚝 가슴으로 떨어지고 있는게 아닙니까'
'그녀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제멋대로 배우는 것은 좋지만 그 행복의 영역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세뇌되어 있다.
자신이 실은 혼자라는 사실을 가능한 한 느끼지 않을 수 있어야 행복한 인생이다.'
'나는 안다. 즐거웠던 시간의 빛나는 결정이, 기억 속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지금 우리를 떠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