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시민 불복종
변재원 지음창비
( 출판일 : 2023-08-04 )
작성자 :
동○영
작성일 : 2024-05-07
페이지수 : 307
상태 : 승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권위자나 전문가의 책은 많아 고를 수 있지만, 당사자의 책은 당사자가 입과 마음은 열어 꾹꾹 눌러썼기 때문인지 귀하다. 그런 책이라면 일부러 찾아 읽으려고 한다. 그래야 더 알게 되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수 있다.
시민과 연구자로서 저자가 장애인처우를 고민하는 앞부분이 전장연에 합류해서 이해하고 함께 '투쟁'하며 실패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제목의 무게와 의미가 점점 강하게 다가왔다.
[나는 장애인 당사자였지만, 오랜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채 오로지 권력 층위에서만 장애운동을 해석했다. 소수자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할 필요 없이 그저 더 많은 정책 자원을 확보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확고했다. ....
잠자코 듣고 계시던 교수님이 나에게 되물었다. "혹시 '표준어'를 고집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이념 대립이나 갈등 갈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태도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오랜 시간 대학, 직장, 대학원 등에서 활용해 온 사회적 표준어'가 인권 현장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다를 텐데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걱정하는 의견을 덧붙였다. 교수님은 나에게 세상의 모든 집단이 구사하는 언어에는 저마다 고유한 문화와 가치가 서려 있는데, 마음을 열지 않으면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99쪽
아이들을 키우며 유아차를 7년 정도 몰아본 나로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눈치를 보며 떨게 되는지 공감한다. 속정만 깊은 한국사회에서 먼저 나서주지 않은 척박한 환경을 약자 우선으로 조금씩 개선한 게 누구 덕이겠는가. 장애인활동가들 덕분에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20년의 끈질긴 투쟁으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가 되었다. 키오스크가 낮아지고 문턱이 부드러워졌다.
[건넨 질문에 나는 두려움을 고백하면서도, 두려움이 활동을 막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행하는 법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행동이 요구된다고, 실정법이 소수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지 못할 때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26쪽
[소수자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감각되거나 이해되지 않는 사회에서 '합법'을 기준으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는 것은 생각처럼 명료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오늘날 사회에서 어떤 '불법'은 매우 인위적인 의도를 갖고 설계된 기준이며, 제도적 변화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법치주의'의 뜻을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일부가 손쉽게 정의하는 불법은 도덕이 아니라 권력에 그 기준을 둔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이들 모두 늘 불법을 나쁜 것으로 쉽게 판단
하지만, 사실 불법적 행동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합법이란 무엇인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함께 직시할 수 있어야한다. 사회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사실이다. ] 228쪽
이 부분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시민으로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시위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마음에 와닿았는지 자신도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했다.
나는 나대로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소개받았으니 보답으로 조만간 이 책을 구매해서 자주 읽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