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25-12-19 )
작성자 :
김○진
작성일 : 2026-08-20
페이지수 : 296
상태 : 승인
댈러웨이 부인은 버지니아 울프가 써낸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코어팬이 있는 걸작으로 불린다. 조금은 어렵고 불편한 그 서술방법으로 지루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아서 그런것 아닐까. 양심 고백을 하자면 나 또한 어느정도 지루함과 어려움을 느끼며 읽었다.
'댈러웨이 부인'은 일단은(!) 제목을 따라가보자면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얽히는 수많은 인물들을 보여주는데, 한때 사랑했으나 이제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된 피터 월시, 딸인 엘리자베스, 남편인 리처드. 그리고 퇴역 군인으로서 PTSD에 시달리고 있는 셉티머스 워런 스미스와 그의 아내인 루크레치아. 그 외에도 수많은 귀부인과 거리를 지나는 노인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의 대표적인 서술방법인 '의식의 흐름'기법을 따라, 이 인물에서 저 인물로 시점을 옮겨가며 그들의 생각과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 댈러웨이 부인의 특징이다. 서술방식만 놓고 보자면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특이하다고 느껴진다.
사실 이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은 꽃은 직접 사러 가기로 했다'는 첫문장으로 특히나 유명하기도 한데, 하지만 주요 인물관계라 할 수 있는 클라리사 댈러웨이-피터월시 관계보다는 주변인물로 나오는 퇴역군인 셉티머스의 이야기가 정말이지 몰입도가 높다. 이 소설은 세계대전을 마친 이후의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영국이라는 패권국, 동시에 승전국, 하지만 그 안에서 무수히 희생된 수많은 장병들. 그 장병들의 그림자가 작품 여기저기 드리우고 있다. 인물이 길을 건너면, 그쪽에는 전사자들을 기리는 탑이 있고, 공원이 있고, 군인을 희망하는 아이들의 행렬이 있고, 그리고 전장에서 친우를 잃고 돌아온 셉티머스는 그 그림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멀끔한 인물이던 그의 내면은 이미 파괴되었고 환각과 환청, 환시에 시달리며 발작적인 나날을 보낸다. 그런 그의 옆을 지키는 (루크)레치아의 일상 또한 비극으로 가득한 나날이다. PTSD가 제대로 규정된 것조차 비교적 근대의 일이니 당시에는 이러한 것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기 마련이고, 실제로 두명의 정신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지만(남편을 어떻게든 살리려하는 레치아의 모습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의사들은 셉티머스의 내면에 대한 어떠한 관심도 없다.
결국 셉티머스는 자살하고, 이 죽음의 이야기가 댈러웨이 부인의 저녁 파티에서 바람에 실린 이야기처럼 사람들 사이를 흘러다닌다. 파티, 어둑한 무렵 웨스터민스터가의 저택에서 온갖 정계의 유명인사들과 사교계의 인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웃으며 즐겁게 지내는 시간, 하지만 그 가운데를 죽음이 가르고 있다. 그것을 댈러웨이 부인은 깨닫는다. 인간의 한시성, 그리고 한계성. 도처에 있는 죽음의 그림자, 그 안에서 삶이란.
아주 다양한 모습의 삶을 보여주고, 당시 시대의 인물을 보여주면서 작품은 하루동안 일어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내면의 심경변화를 보여준다.
동시에 인물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여 당시 영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바람이 불고 흩날리는 나뭇가지들, 소란스러운 광장의 모습, 빠르게 지나치는 자동차와 버스, 백화점 안의 풍경 등.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벅차오르는 인물의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서술이 워낙 어려운지라 지지부진하게 진도가 나가긴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를 통해 당시 영국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