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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 출판일 : 2010-01-01 )
작성자 : 이○비 작성일 : 2026-08-12
페이지수 : 355 상태 : 승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책 중에 유명한 것이 많지만,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용의자 X의 헌신'이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에 화제가 됐을 때도 읽지 않았다. 일부러 안 읽은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내가 '악의'를 읽게된 건 참가하고 있는 독서모임의 주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추리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책이 끝날 때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가며 읽는 것이다. 근데 이 책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가 되어 있다. 그 것도 책 뒷표지에! 범인은 피해자 히다카의 친구 '노노구치 오사무'인데, 살펴보니 범인이 아닌 살해 동기를 추리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인 것 같았다. 책을 중간 정도 읽었을 때, 범인이 숨기던 살해 동기를 책의 주인공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밝혀냈다. 아니 내용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그럼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그런데 알고보니 가가 형사가 밝혀낸 동기는 범인이 그렇게 추리하도록 유도한 가짜 동기였다! 이럴 수가. 아니 어쩐지, 범인이 가가 형사가 추리할 수 있도록 단서를 흘리더라고. 책을 읽으면서 '어휴... 괜히 잘못 말해서 다 들켜버렸네.'하고 생각했는데, 나는 가가 형사와 함께 범인에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가가 형사는 노노구치 오사무가 적은 수기를 읽었는데, 거기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아 잘못된 범행 동기를 추리했다 나는 노노구치의 수기가 거짓 정보일 거라는 생각 조차 못했기에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새삼 기록이 주는 선입견이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에서는 직접적으로 적힌 내용도 있지만, 글을 읽으며 간접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있을 것이다. 그걸 트릭으로 이용해서 이런 이야기를 쓴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노구치에게 속아 넘어가서 히다카를 오해한 나... 히다카 미안해...

결국 범행 동기는 악의였는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악의의 깊이가 얼마나 깊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깊은 악의가 명확한 이유가 없어도 있을 수 있다는 게 무서웠다. 악의는 아닐지라도, 나도 가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서 특별한 이유가 없이 저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이해가 갔다. 세상에는 설명이 안되는 일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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