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과 풋사과: 단요 장편소설
단요 지음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6-03-04 )
작성자 :
이○현
작성일 : 2026-08-03
페이지수 : 423
상태 : 승인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성냥과 풋사과? 두 단어의 낯선 조합이 어떻게 한 이야기 안에서 만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성냥은 한순간 뜨겁게 타오르고 모든 것을 태운 뒤 재를 남긴다. 어린 시절 거대한 참사로 부모를 잃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선재의 삶도 성냥처럼 이미 한 번 불길을 통한 듯 보였다.
반면 풋사과는 아직 채 익지 않았다. 시고 단단하며, 섣불리 달콤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을 겪은 건우는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거나 정리할 수 없기에 늘 불안하다.
그런 건우에게는 비극을 이해하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본인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풋사과에 비교하여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보통 상처받은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에서는 누군가의 따듯한 말과 사랑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 이전보다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의 상처는 그렇게 매끄럽게 아물지 않는다.
고통을 겪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하고 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건우처럼 오히려 화를 내고, 타인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런 건우를 보며 '도와주려는 사람에게 왜이렇게 늘 날이서있지?'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문득 내가 상처받은 사람에게 조차
이해하기 쉽고 받아들이기 편한 모습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처에는 정해진 형태도, 적절한 속도도 없다.
누군가는 울고, 화를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금방 일어설 것 처럼 보이지만, 또 누군가는 오랫동안 자신만의 방에 갇혀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그 방문을 열고 끌고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날 힘이 생길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곁을 지키는 일일지도 모른다.
책 속 인물인 선재는 자신도 비극을 경험했기에 건우의 마음을 모두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조금 차갑고 무심해 보이더라도 일정한 거리를 지키며 상대가 단번에 변화되길 함부로 소망하지 않는다.
삶에 필요한 것은 언제나 달콤하고 따뜻한 위로만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무심해 보일 정도로 오래 기다려주는 마음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인내가 한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