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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앞에서

최은영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26-04-30 )
작성자 : 이○현 작성일 : 2026-07-22
페이지수 : 276 상태 : 승인
이 책은 한 사람이 자신의 상처와 두려움, 결점을 외면하지 않고 천천히 자기 자신과 화해해가는 기록이다.
작가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소모시키는 관계를 견뎠던 시간, 외모에 대한 강박, 질병을 마주한 경험, 세월호 참사와 동물권 등 자신이 외면하지 않으려 했던 사회의 고통까지 솔직하게 드러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완벽한 문장을 쓰는 능력보다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태도였다.
작가는 글에 결점이 있더라도 매 순간 온 마음으로 썼다는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었기에, 책이 어떤 평가를 받든 드렵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먼저 느끼는 편이다.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을 미루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정 전체를 실패로 판단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완벽한 결과보다 내가 그 과정에 얼마나 진실하게 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무턱대고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것.'
얼마 전 좋아하는 편집자가 자신의 인생 모토로 "대충 알고 좋아하고, 제대로 알고 싫어하자"라고 말하는 영상을 본적이 있다.
처음 들었을 대부터 재치 있으면서도 정확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미가 더 선명해졌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는 너그러워도 괜찮지만, 누군가를 미워하고 배제하려면 적어도 그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려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글쓰기는 대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과 연결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해 보이는 경험이라도 그것이 나의 상처와 기쁨, 변화와 맞닿아 있다면 기록할 가치가 있으며,
나의 이야기를 존중할 수 있을때 타인의 이야기 역시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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