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 씨의 달그네
고정순 지음달그림
( 출판일 : 2021-06-2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11
페이지수 : 35
상태 : 승인
달로 떠나는 사람들의 구두를 닦아주는 무무 씨의 이야기이다. 무무 씨가 손님들의 사연을 친구 '마니'에게 적어보내는 편지글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말수가 적은 무무씨는 말로 그려진다. 토끼, 개, 고양이, 까마귀, 소, 물고기, 심지어 봉황으로 보이는 새 등 다양한 동물이 무무 씨에게 자신이 달로 가는 이유를 말한다.
저마다의 사연이 몽환적인 그림 속에 소개된다. 마치 샤갈의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달로 떠난다는 내용도, 흐릿하고 비정형적이면서 불투명한 느낌을 주는 바탕 그림도 그러한 느낌을 살린다. 주인공 무무 씨가 말이라서 더욱 그런 듯하다. 달리는 말이 자리를 지키며 구두를 닦고 신발을 깁는 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 특이하다. 하지만 고독해 보이는, 그리고 그 고독을 말없이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무무 씨가 스스로를 '걸음이 느린'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작가는 왜 무무 씨를 이런 말로 그려냈을까.
무무 씨는 달이 어떤 곳인지 상상하며 궁금해한다. 하지만 자신은 떠나지 않는다. 달에 가면 달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무 씨는 쓸쓸함을 느끼며 달그네를 만들고 그네를 타며 달로 떠난 사람들을 생각한다. 마지막에야 무무 씨는 사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고단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말들을 적는다. 앞서 무무 씨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관대한 것처럼 보였지만 괜찮기만 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달은 이런 무무 씨에게 위로였던 것이다. 자신처럼 달이 말없이 묵묵히 무무씨를 지켜봐준 것이다. 무무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했듯이 말이다.
그렇게 달 같은 존재가 친구 마니이기도 할 것이다. 친구에게 제 마음을 드러내는 글을 쓰며 무무씨는 제 속내를 털어내며 하루를 정리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달 같은 마니 같은 존재들이 곁을 지킬 것이다. 그 사람들 때문에 힘든 삶에 조금의 위로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림책을 보며 고단한 삶을 묵묵히 이어나갈 것이다.
그림책 글자가 타자기 글자이다. 편지 글 형식과 잘 어울리는 고풍스러움이 있다. 담담히 제 마음을 말하는 우직해보이는 무무 씨와도 잘 어울린다. 그래도 무무 씨에게 말하고 싶다. 달에 가봐도 괜찮다고 말이다.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해보는 것도 참 좋다고 말이다. 달리지 않는 말도 괜찮지만 말은 달릴 때 황홀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빠르든 빠르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다. 작가가 무무 씨를 느린 말로 그려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마음은 달리지만 실제는 달리지 않는 말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달리지 않아도 괜찮지만 달려도 괜찮다. 하지만 달리고 싶다면 느리더라도 달렸으면 좋겠다. 지켜보는 달도 예쁘지만 경험하는 달도 예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