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눈
김숨 지음민음사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김○은
작성일 : 2026-07-09
페이지수 : 236
상태 : 승인
5명의 시각장애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만든 소설. 시각장애인도 전맹과 저시력으로 나뉘고, 저시력에서 전맹으로 점차 시력을 잃기도 한다. 작품 무지개 눈에는 5명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1. 오늘 밤 내 아이들은 새장을 찾아 떠날 거예요.(선천적 전맹 전주연)
가장 첫 장에서 전맹인 화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읽으면서 이게 무슨 말인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눈동자를 느끼는 중이다.
눈동자는 멀리 있다.
눈동자는 그녀의 얼굴보다 멀리 있다.
그래서 눈동자를 느끼려면 숨 쉬는 게 의식되지 않을 만큼 집중해야 한다.
오늘 밤 내 아이들은 새장을 찾아 떠날 거예요.
눈동자가 멀리 있다니, 그것도 얼굴보다 멀리 있다니. 처음 읽었을 때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손을 더듬어 눈동자를 만져 느끼려 했을 때, 비로소 이 문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멀고 가까운 거리감을 무의식중에 시각적으로만 느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눈동자가 얼굴보다 멀리 있다'는 글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 사이에는 시각이라는 감각 하나의 차이임에도 사물을 인지하고 사물에 대해 갖게 되는 감상, 감정이 크게 달랐다.
1장의 그녀는 결혼하고 두 명의 아이를 기르는 평범한 엄마지만, 전맹인 그녀의 이야기 속 감상은 이 책의 다른 내용보다 가장 난해한 이야기였다.
2. 파도를 만지는 남자(미숙아 망막 병증으로 선천적 저시력에서 전맹이 된 특수교사 이진석)
보려는 몸짓 보는 몸짓 그렇게 아직 내 몸에 남아 있어요.
파도를 만지는 남자
선천적 전맹과 달리 아주 조금 보이던 선천적 저시력에서 시력을 잃어 전맹이 된 케이스의 이야기이다. 조금이라도 보였던 기억이었어서일까, 이 글은 어떤 느낌과 감정을 가지고 작성된 내용인지 유추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상실감. 볼 수 있었던 그 당시의 몸짓이 남아있다는 글귀에서 상실감이 크게 느껴졌다,
세상의 소리들은 내게 길을 만들어줘요(중략)
소리들이 한꺼번에 들려오면 혼란스러워요. 나는 소리를 골라요. 엉킨 색색의 실들 속에서 실 한 가닥을 잡아당기듯 소리 하나를 골라요.
파도를 만지는 남자
소리 하나를 고른다는 위 내용을 난 만화처럼 상상할 수 있었다. 백지 혹은 정말 검은 먹지에 소리 하나로 공간감이 되살아나는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선천적 전맹은 어떻게 세계를 느낄까. 명확히 이해할 수 없어서 첫 장이 나에게 난해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비장애인과 인식하는 것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3. 빨간 집에 사는 소녀(선천성 전맹과 지체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최다원)
보고 싶다는 게 뭘까?
나는 왜 나에 대해 생각을 안 할까?
빨간 집에 사는 소녀
사랑을 하고 싶다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만 비장애인과 다를 뿐, 학창 시절 선생님을 좋아하고, 보이지 않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 그녀의 순수함과 티없는 마음을 불편하게 여기는 나를 포함한 비장애인들이 그녀에겐 매섭게 느껴질 걸 생각하니 짠하단 생각이 들었다.
4. 검은색 양말을 신은 기타리스트(선천적 전맹 안마사 김희정)
안마사로 일하는 인물로 평소 의안을 끼고 있어 길거리의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가 맹인인지 일반인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 그 정도로 평소 출퇴근이나 하루 루틴을 칼같이 지키며 지내는 인물. 그에게 지하철에서 봤다고 자기는 어때 보이냐는 손님. 그 손님에게 '사람 같아 보인다'라고 말하는 약간 블랙코미디스러운 면이 있는 내용이었다.
5. 무지개 눈(선천성 저시력인 김준협)
여기에선 인물을 계이름인 '도, 레, 미, 파, 솔, 라'로 지칭한다.
그는 맹인학교에서 저시력인 것을 감추고 생활을 하다가 바다의 색깔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활동에서 바다가 파랗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급우들로부터 묘한 대우를 받는다. '너는 볼 수 있으니까...'
저시력이라고 부르는 정도에 대한 표현이 있었다. 개미를 한 번에 본 적이 없고 개미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가서 다리, 머리, 몸통을 나눠봐야 보이는 정도였다.
무지개 눈에선 앞에 나온 인물들과 관계가 얽혀있는 것으로 나온다. 2장의 특수교사로 보이는 '라'는 그에게 점자 읽는 법을 미리 알아두라고 한다. 보험회사 헬스키퍼라는 '미'는 어쩌면 4장의 인물인듯하다. 여하튼 앞서 4가지 이야기에 나온 인물, 혹은 주변 인물로 보이는 사람들과 관계가 얽혀있는 느낌이 든다.
그는 학생 때 전맹인 친구에게서 '네가 꿈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전맹인 사람의 꿈에 자신이 나온 것을 어떻게 아는지 물어보니 '네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라고 답한다.
어느 날은 친구가 키우는 새를 학교에 가지고 왔는데, 다른 친구들이 새를 '보았다'라고 표현을 한다. 저시력인 그는 전맹인 친구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맹인 친구들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소속감을 못 갖고 부유하는 느낌을 받는다.
생소한 감각을 일깨우는 책이었다. 감각 중 하나가 없어질 뿐이라고 생각했으나, 처음부터 전맹인 사람이 느끼는 세상은 비장애인인 나와는 전혀 다르겠다는 걸 깨달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같은 건 1장에서 그녀가 자녀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점.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1장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인간은 시각에 정말 많이 의지하는구나를 더욱 느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