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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 유숙자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10-01-01 )
작성자 : 김○진 작성일 : 2026-07-07
페이지수 : 163 상태 : 승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일본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구절로 시작된다.

국경의 터널을 빠져나오니, 그곳은 설국이었다.

기차를 타고 눈의 나라로 향하는 화자 시마무라. 그리고 설국, 눈의 고장에서 만난 게이샤 고마코, 요코라는 두 여성과의 관계가 기본적인 이 이야기다.
옛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 일본 문화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참 시마무라는 정이 가지 않는 화자다. 정이 가지 않는다 뿐일까, 꽤나 밉다. 그는 본처와 자식이 있는 사람이며, 본인이 하는 일에도 그다지 큰 의욕을 가지지는 않으며(돈 벌려고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정신차리니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지식인이 되어있어 여기저기서 일을 맡기니 어쩔 수 없이 돈을 잘 버는 편이다,라는 식의 태도가 열받는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겨울 동안은 니가타의 온천장에 머물며 스키를 타거나 탕에 들어가며 여유롭게 지낸다.

그 가운데 알게 된 고마코라는 여자 게이샤는 시마무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데, 시마무라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갖은 변명을 해 본인 스스로와 고마코를 속이며 그녀를 안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고마코를 꽤나 걱정하고,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짜증난다. 고마코를 두고서 다른 게이샤를 불러달라 하지를 않나, 끊임없이 요코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고마코의 속을 끓이게 만드는 것이다.

현실 연애에 빗대자면 시마무라는 끝내주는 회피형으로, 고마코를 전기고문하고 있는 것이다. 시마무라 이자식 남자 실격이다.

고마코는 시마무라가 은연중에 요코를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신경쓰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심 초조해지고, 시마무라에 대한 감정이 널을 뛰는 것이다. 더불어 시마무라가 마음에 두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요코에 대한 감정까지도 어찌할 줄 모르는 것.

그 가운데 맞은 충격적인 결말이, 지독한 회피형에게 내리는 천벌같이 느껴진다. 그 천벌이 시마무라에게 떨어지는 것이 더 좋으련만 왜 요코에게 떨어졌는지는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계절적 배경, 지리적 이유로 글은 참 적막한 분위기다. 게다가 시마무라도 사람이 굉장히 정적인 사람인터라 고요하게 글이 이어진다. 그 와중에 고마코가 등장하면 대비가 되는 탓에 더 요란하게 느껴진다. 참으로 성가신 여자지만, 혼자 내버려둘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활력이 있고 다부진 것 같으면서 외로운 여자, 씩씩하면서 감정에 솔직하지만, 그렇기에 흘러넘친 감정이 부담스럽기도 한 여자.

책의 후미 해설에서는 이 글에서 시마무라가 보이는 '모든것은 다 부질없다'는 허무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 부질없다고 말하는 시마무라는 눈앞의 고마코, 요코에게서부터 어떻게든 자신을 떼어내고자 하는 의지로 보인다. 다 부질없다고 말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든 길게 끌고싶어하는 것은 시마무라가 아닌가.


그렇게까지 아름다운 글인가,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돌아보면 나쁘지 않았다고 추억되는 글이다.
다음에 읽은게 카프카여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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