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긴 강
마종기 지음시인생각
( 출판일 : 2013-07-3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05
페이지수 : 101
상태 : 승인
지인이 이사를 갔다. 다시 만날 수는 있지만 이제는 자주 볼 수는 없게 된 그 지인은 노끈으로 두른 마종기 시집을 선물로 내놓고 떠났다. 벌써 반년이 지났건만 아쉬운 마음에 아직 끈의 매듭을 풀지도 못했다. 이제는 읽어야 할 것 같아 그 시집을 읽기 전에 다른 마종기 시집을 찾아 읽는다. 지인이 건넨 시집을 깊이 음미하고 싶어서다. 이 시집을 건넨 그 마음을 헤아리고 싶어서다.
시들에 담긴 마음이 깊고 슬프다. 시인은 세상의 부조화가 못내 슬프지만 받아들이고 관조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묘한 '틀어짐'이 존재한다. 그는 세상에 슬픔을 느끼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시적 화자는 '이 세상의 긴 강'이란 시에서 자신이 강이 되었다고 말한다. 강가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생각하다 화자는 자신이 강이라고 한다. 모두가 하나이며 자신 역시 그 일부라는 통찰이다. 그러나 이 화자는 옆에 잠든 아내의 슬픈 잠꼬대를 들으며 '결국 혼자'라고 읊조린다.
왜 사물과는 하나가 되지만 사람과는 하나가 될 수 없는 걸까. 화자는 마음이 없는 것에 마음을 붙이지만 마음이 있는 사람에겐 마믐을 붙이지 못한다. 강이 되어도 그의 슬픔은 그의 슬픔으로밖에 끝날 수 없다. 이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강이 되려는 것일까. 강물처럼 슬픔을 흘려보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물아일체는 제 마음에 대한 회피의 정서이기도 하다.
시인의 이력이 독특하다. 의과대학에 진학해 시인으로 활동했다. 60년대 중반 군사독재시절 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풀려나 미국으로 떠나 의사가 되었다. 그의 시에는 그러한 억압의 고통이 흐른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고통을 그는 계속해서 떠올린다. 그리고 강물처럼 흘려 보내려 한다. 세상이 그런 것으로 치부하려 한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말해도 좋을 것을... 사물에 제 마음을 투영하는 것이 시라지만 이러한 작법이 훌륭한 시를 남기더라도 과연 자신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시 너머의 시인을 떠올리며 지인을 생각한다. 마종기의 시집을 건넨 마음은 이 시인의 마음을 건넨 것이리라. 이 시인의 다른 시을 좀더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