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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문명의 무늬

윤성훈 지음교유서가 :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6-07-05
페이지수 : 837 상태 : 승인
독서마라톤의 고득점을 노리다보면 제일 난코스가 700번대에서 읽을만한 책 섭외하는 것이다.

700번대 대부분이 자식들 영어 가르치고 직장인들 영어 공부하는 재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야 겨우 나올 그런 서가들의 짐짝. 학습에도 유행이 있어서 더욱이 유효기간이 짧은 책들의 향연이다. 자기 공부할 책은 어지간히 잘 팔린 책 아니고서는 그냥 자기 돈 내고 사서 보면 안되나 싶기도 한데 어쨌든 자리는 많이 차지하고 있다.

아무튼 상당도서관에 와서 서가를 둘러보니 본 서가는 아니지만 신간 코너에 별난 책이 하나 있다.
서문에서 자기의 치장되지 않는 이력을 읊어내린 20여페이지의 서문에서 책에 대한 흥미가 유발되었다.

저자는 유학계 선비..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서체의 역사 같은 것을 연구하는 사람인 듯 싶다.
이미 10년 전에 냈던 책의 개정 증보판에 가까운 책을 내면서 출판사를 바꾼 듯 싶고, 제목도 바꿨다. 원저의 출판사가 편집 판형을 그대로 내줘서 대인배스럽다고 칭찬해 준다.

한자라는 한국인의 일상에 녹아있는 문자, 그러나 이제는 영어교육에 치어받혀 고루한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의 전후 관계와 문명의 발달에 따른 서체와의 상호작용을 나름의 식견으로 두루 펼쳐놓은것이 800페이지가 넘었다. 대학에서 강의 평가를 잘 받을 것처럼 어려운 이야기를 하나 싶어도 시작은 어디에서 얻어들었는지 모를 친숙한 내용을 서두로 삼는 경우가 많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더 재미있을 사람일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극단에 이른 회전 운동은 이제 구속구를 벗어버린 에반게리온을 낳는다.' 같은 범상치 않은 문장이 설명하다 말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곳곳에 녹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초서체가 행서나 해서보다 먼저 성립된 글씨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남양주에 아직도 사람을 서당에 가둬놓고(숙식제공) 사서삼경을 입으로 외게 하는 방식의 옛 공부법으로 한문 학습을 시키는 곳이 있다는 곳 또한 알게 되어 놀랐다. 불교쪽 전적의 원전을 파다 보면 다시 봐야 될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책이 될 듯 싶다. 상당도서관의 모니터는 좌우로 상당히 광활하구나.. 쓰기 편한거 같은데 찾아오기는 좀 힘들다. 다른 일로 온 김에 들러서 벽돌책 쇼핑하는 김에 몇 자 적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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