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 기후변화, 금융위기, 인간을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
팀 파머 지음 ; 박병철 옮김디플롯
( 출판일 : 2024-10-2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04
페이지수 : 436
상태 : 승인
엊그제 읽은 <모든 것의 나이>처럼 만만치 않은 책이었다. 이 책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역시 <모든 것...>처럼 여러 분야를 조합해낸다. '나비 효과'로 알려진 혼돈기하학으로 기후 측정과 변화, 대처뿐 아니라 경제, 뇌과학, 영성과 종교까지 언급한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고전 물리학의 결정론과 양자역학의 확률을 어떻게든 모순없이 만나게 하려 애쓰는 지점이었다.
물리학자였던 저자는 우연히 기상 분야에 일을 하게 되면서 물리학 이론으로 '앙상블 예측 시스템'을 구추한다. 이는 날씨를 어떤 구름이 끼면 비가 온다와 같은 단기적으로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과 나비 한 마리가 만드는 태풍처럼 장기적으로 길게 분석해야 하는 부분을 조합해 예측해내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는 부분이지만 1990년대 이후 도입된 후 획기적으로 날씨 예보의 정확성을 끌려올렸다고 한다.
저자는 기상학자로 입지를 굳히면서 이 앙상블 기법을 세계 경제 예측에 도입해보려 여러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나비 효과'의 창시자 로렌즈로 대표되는 혼돈기하학에 의하면 세상의 일은 비슷한 '궤적'을 그리지만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항 이상의 방정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비선형적'이다. 뿐만 아니라 '잡음'이라는 불리는 일종의 이벤트가 큰 틀 안에서 작용하고 날씨뿐 아니라 경제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해석과 예측이 가능하다. 여러 경제학자들에게 자신의 이론을 보내고 경제 상황에 적용해 보기를 요청하지만 공동 연구가 잘 진행되지는 않는다. 경제학과 물리학과 기상학의 만남은 쉽지 않앗다. 친분이 있는 경제학자에게 긍정적인 회신을 받지만 결국 경제 분야의 앙상블 기법 적용은 저자의 추측과 가설만으로 끝나게 된다. 경제나 기상 분야가 그리는 나름의 '궤적'들의 저자의 예상을 지지하는 관계도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저자는 혼돈기하학으로 고전 물리학과 양자역학을 모순없이 설명하려 애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의식, 마음, 자유의지부터 존재론과 인식론까지 끌어온다. 저자의 논리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우주는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운동을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하나도 그러한 순환을 하지 않음에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그는 자유의지가 없다라는 주장에 대두될 수 있는 "그렇다면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을 것이냐"를 설명한다. 우리에게 자유의자가 없더라도 세상을 이루는 일부로서 도덕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결정론이 자유의지를 박탈한다면 야기되는 물음에 양자역학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세상을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세상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첩'이란 단어를 한번도 사용하지는 않지만 고전 물리학과 양자역학의 공존하는 세상을 설명하는 방식이 '중첩'으로 설명하는 방식과 상당히 흡사했다. 다만 내가 이해한 혼돈기하학 역시 세상의 이치를 이런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른 학문과 관점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라도 보여졌다. 저자의 혼돈기하학은 '궤적과 잡음'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 자체가 나는 중첩으로 해석되었다.
저자는 우리가 AI와 다른 부분을 '창의성'에서 찾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기보다는 반복 속에서 갑자기 찾아오는 어떤 것이다. 궤적에 변화를 일으키는 잡음과도 같은 무엇이다. 그는 컴퓨터가 이 부분을 담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저자의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더 깊게 나아가지는 않는다. 다만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처에 혼돈기하학, 앙상블 기법, 나아가 유연하고도 창의적인 대처를 하기를 소망한다. 나 역시 이 소망에 공감한다.
번역가의 역량인지 문장이 상당히 좋다. 내용이 쉽지 않고 수학이 나와 끙끙거려야 하는 부분이 좀 있지만 문장이 난이도를 조금 커버해주는 느낌이다. 열린 결말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저자의 열린 태도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상학자이기에 기후 변화에 대한 염려는 있지만 너무 과한 불안이나 황당한 낙관으로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예측해내려 노력하는 태도도 인상적이다. 그다지 성공한 것은 아닌 듯하지만 대중적으로 쓰려 노력하고 여러 분야에 혼돈기하학을 적용해보려는 모습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