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 미래 철학의 서곡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박찬국 옮김아카넷
( 출판일 : 2018-11-27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29
페이지수 : 455
상태 : 승인
니체의 책은 처음이다. 올 초 니체를 읽어보기로 마음 먹고 이런 저런 정보를 검색해 순서를 정했다. 첫번째가 바로 <선악의 저편>이다. 철학사나 다른 문헌의 인용으로만 만나본 니체이다. 어쩐지 아껴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근 일주일을 약 60여쪽씩 나누어 읽었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안그래도 됐다. 다음 책부터는 덜 경건하게 읽어도 되겠다.
그간의 독서력 때문인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되돌아가 다시 읽은 문장도 몇 있었지만 천천히 읽으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맥락이 잘 잡혀 괜찮다. 번역가 박찬국은 니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번역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간의 번역서들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번역이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술술 읽히는 문장은 아니었다. 다만 철학자인 역자가 주석으로 니체가 한 말이 어떤 뜻인지를 설명하고 독자들이 모를 것 같은 배경 지식을 상세히 설명해놓은 것이 나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주석이 좀 과해 다 쫓아 읽다가는 너무 역자의 방식대로 니체를 이해하게 될 것 같아 중간중간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만 참고하였다.
이 책에서 니체는 그간의 철학과 기독교가 정리한 '선악'과 '도덕'의 의미를 전복한다. 지금은 다들 하는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니체는 앞선 철학자들을 모두다 '깐다'. 그의 눈에 그들은 다 바보같고 멍청하다. 그렇게 비판을 넘어선 폄하로까지 읽히는 건 워낙에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기 때문이다. 니체는 도덕을 '노예 도덕'과 '주인 도덕'으로 나눈다. 연민하고 도와주는 이타심은 노예의 도덕이고, 탁월하게 되려는 것을 주인의 도덕이라 설명한다. 만약 지금 시대에 유명인이 이런 말을 한다면 대서특필될 '망언' 수준의 말이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러한 구분이 계급을 나눈다는 것보다는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도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가 사람을 망친다는, 지금의 '개독'에 대한 비판처럼 기독교를 바라보고 있다. 비교해 보자면, 지금의 기독교는 '위선'적인 면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비해 니체는 기독교가 사람들의 개성을 앗아가 사회화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시대를 반영하는 생각들이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니체의 책 한 권을 읽고 뭐라 평가를 하는 것은 조금 이른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첫 책에서 니체에 대해 받은 인상은 '화'가 나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약함'을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읽은 쇼펜하우어가 사람들의 부도덕함을 도저히 봐줄 수 없는 깐깐한 '잔소리쟁이'처럼 느껴졌다면, 니체는 나약함을 참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사람들을 나약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해 비난하고 '힘에의 의지'를 줄기차게 강조한다. 허위와 가식을 벗고 진실된 자신의 의지대로 굳세게 살라고 말이다. 그래서 격려와 독려를 넘어서 '분노'를 내뿜고 있다. 힘에의 의지를 강조하는 철학자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단정적이고 확신에 찬 문장들이 이어진다. 그는 이전의 철학들을 '독단적'이라 비판하는데 사실 니체의 글이 상당히 '독단적'이다.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몇 가지 재미있는 것이 있다. 니체는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라고 비난한다. 쇼펜하우어에 대한 이 별칭은 니체에게서 비롯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책에 니체의 유명한 '괴물과 싸우는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이라는 말이 이 책에서 나온다. 드디어 출처를 바로 알게 됐다. 다음 니체의 책은 <도덕의 계보>이다. 음,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