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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랑

강경수 지음그림책공작소 ( 출판일 : 2019-09-27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27
페이지수 : 48 상태 : 승인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색깔없는 흑백의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발레를 하는 소녀와 야구를 하는 소년, 소년의 편지에 행복해 하는 소녀, 춤을 추다 '수영 금지'가 붙은 강으로 나아가는 소녀, 물 위로 나아가는 소녀, 핫도그를 들고 가다 쫓아오는 개에 놀라 달아나는 소년, 낭떠러지 앞에서 떨어지는 소년, 그리고 소년의 손목을 잡는 소녀, 우주에서 춤을 추는 두 사람
여자와 남자, 환상과 현실이 위 아래도 나뉘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두 아이가 만나 하나의 우주로 나아간다. 결말은 바로 수긍이 가는데 전개가 참 묘하다. 사랑에 빠진 두 아이가 앞에 놓인 위험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데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소녀는 환상의 힘으로 피해가고 소년은 소녀가 구해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우주로 나아간다. 사랑의 빠진 상태를 제대로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하지만 현실의 위험을 그런 방식으로 피해나간 것이 의아하다. 발그레한 볼로 내일을 약속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곧 실질적인 대처가 아닌 감정만으로 위기 상황을 지니갈 수 없을 것이란 의문이 따라 붙는다. 이 전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내용 중에 "누군가는 이런 우릴 보고 놀랄 거예요."라는 문장이 있다. 그 사람이 아무래도 나인 것만 같다. 10대의 첫 사랑이 이토록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인지 지난 시간을 되짚어본다. 꼭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영화 <라라랜드>가 생각난다. 춤을 추며 우주로 나아가는 장면이 비슷하다. 오직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몰입 상태를 잘 그린 장면이다. 그림책의 소년과 소녀도 사랑의 힘으로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 우주로 나아간 것이다.
그림책 맨 뒷 장에 작가가 하고 싶은 것으로 보이는 말이 있다. 나와 같은 무미건조한 어른들의 맹맹한 감상을 이미 예상했나 보다.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저때의 사랑을 기억한다면 사랑 하나면 되는 그런 마음에 백번 공감이 갔을 터였다. 소년도 소녀도 사랑 하나면 그뿐이었다. 흑백의 단순함은 그 마음의 순수함이었다. 슬프게도 이제 그 사랑이 기억나지 않는다. 때문에 더이상 그렇게 사랑하지 못한다. 다만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이 지금을 만드는 힘이 된다는 걸 어렴풋이 인식한다. 그렇게 지금의 사랑은 또 나름의 색깔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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