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동아시아
( 출판일 : 2025-06-26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25
페이지수 : 368
상태 : 승인
<먼저 온 미래>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변화의 바람을 맞은 바둑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문학과 거대 인터넷 기업, AI로 연결되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바둑이 예술인가 스포츠인가를 질문하고 알파고를 위시한 AI에게 패배한 후 바둑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피며 여러 기사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먼저 AI와 설전을 치룬 바둑계의 모습을 통해 기술이 이렇게 가늠이 안될 정도로 발전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지 '우려'하며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다.
기자 출신 소설가인 저자는 상당히 흥미롭게 바둑계의 상황을 르포 형식으로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제는 과거의 '사부'의 위치를 차지한 AI 덕분에 '기보'는 사라지고 부정 행위의 위험 때문에 바둑 대화에 와이파이는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저자는 문학 역시 AI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 계속적으로 비교하며 걱정한다. 문학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했는데 논지는 기술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로 급발진한다. 그 맥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아 조금 어리둥절하지만 '가치가 기술을 이끌어야 한다'는 모두의 공감을 얻기 쉬운 주제가 그 어색한 맥락을 땜질한다.
그 땜질이 조금 아쉽다. AI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많지만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찰한 글은 많지 않다. 내심 그런 글을 이제야 만나나 반가웠는데 저자는 그저 자신이 질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밖에 말을 하지 않는다. 이 패배의식이 이 책의 맹점으로 보인다. 바둑계에 분 변화의 바람을 살피지만, 이 보고의 저변에는 이미 바둑계가 알파고에게 졌다는 식의 관점이 깔려 있다. 대결이 경쟁임은 맞지만 이것을 꼭 진 것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싶다. 마라톤은 대결이지만 런닝은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지만 이 패배를 너무 과하게 위기로 인식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 다른 분야의 결과를 논리적인 인과도 제시하지 않고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라고 단정을 하는지 수긍이 쉽지 않다. 문학적 사유는 다른 방식의 문을 여러 개 열어 놓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 저자는 가치가 기술을 이끌어야 한다면 거대 인터넷 기업의 권력 아래 놓인 AI의 비약적인 발전을 우려한다. 너무 빠르게 변한다는 측면에서 이 걱정이 공감가는 지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저자는 도대체 어떤 가치가 기술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그저 '가치'라는 말이 주는 정서에 취한 것은 아닌지 미심쩍은 시선을 놓기가 쉽지 않다. 가치 역시 기술만큼이나 변하기 쉽고 권력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을 놓친 것은 아닐까.
후반부에 기술이 문명을 이끄는 권력이 된다는 설명을 위해 끌어들인 자동차에 대한 예시는 참 괜찮았다. 자동차가 나오자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관련 기술과 산업들이 어떻게 문명이 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끌려가게 되는지 잘 보여주었다. 다만 그 대안으로 제시한 자전거는 조금 지나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도 제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자동차에게 자리를 빼앗긴 것으로 보는 관점이 조금 과해 보였다. 저자의 위기의식이 가치와 기술을 대결 구도로 대치시켜 놓은 것으로 보인다.
가치와 기술은 절상과 절하의 관계를 맺기보다는 협력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나온 기술만을 만나고 있지만 이미 개발된 기술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겪지 않은 과거가 없듯 먼저 온 미래 같은 것은 없다. 계속적으로 현재일 뿐이다. 비유적 표현이라지만 걱정이 과해 논점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바둑이란 이 매력적인 소재와 전개를 왜 투사의 대상으로 날려 먹는지 안타깝다. AI가 더 나은 글을 쓴다고해서 글을 쓰지 않을 필요는 없다. 글을 쓰는 것이 잘 쓰기 위해서만은 아니지 않은가. 인간은 인간의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바둑계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