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 이정미 옮김생각지도
( 출판일 : 2026-02-12 )
작성자 :
심○희
작성일 : 2026-06-25
페이지수 : 333
상태 : 승인
나는 대안 없는 문제 제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뚜렷한 해결책도 없으면서 '이건 이래서 안 좋고 저건 저래서 안 좋다' 라는 식의 말들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그래서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건가?!!" 라고 물어보고 싶다.
이 책이 그랬다.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교통 법규를 지키고, 법을 지키고, 공중 도덕을 지키며 이룩한 쾌적한 사회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공중 보건에 힘써 사람들의 건강이 개선된 현대의 건강 강박증을 이야기하며 과거 편안하게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워 대던 자유를 말할 때 계속 묻고 싶었다. 단정한 옷을 입지 않거나 행색이 초라하면 거리를 다닐 때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는 현시대를 이야기하며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없는 남성들은 이제 변변한 짝을 만날 수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내 짜증은 극에 달했다.
"그래서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건 과거의 무질서로 돌아가자는 건가? 아무데서나 무단횡단하고 법보다는 약간의 주먹으로 해결되던 시대? 아이 앞에서도 담배 피우고, 비행기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던 그런 시대?"
이 책은 읽는 내내 물음표였다. 그래서 계속 불편했다.
아마 이번 달 독서모임 책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다 마지막 장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 우리는 지금의 통념과 습관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공간 설계속에서 법과 제도의 틀을 준수하며 생활하는 것과,아무 생각없이 이를 맹종하며 살아가는 것은 결코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현대 사회의 통념과 습관을 따르되, 마음속으로는 이에 대한 반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는 "가장 현명한 처세술은 사회적 인습을 경멸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인습과 모순되지 않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태도는 통념과 습관에 우리가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이 사회가 현대의 질서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이 그 반감을 품은 채 살아가도 되는 사회, 지금의 질서를 비판하더라도 괜찮은 사회이길 바란다. 부디 질서에 대한 맹종을 강요하는 사회는 아니길 바란다 >
'아! 이 책은 쾌적한 현대 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는 책도 과거로 돌아가자는 책도 아니었구나! 현대 사회가 이러저러한 문제점들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자는 거구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사는 것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맹종하며 사는 것은 다르다는 거구나' 깨달았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에도 중간 중간 보이던 남성중심주의 생각은 좀 불편했다. 내가 열렬한 페미니스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금 불편한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